잔설에게 답장하다
강옥매
하늘이 산에게, 골짜기가 강에게 보낸
부드럽고 차가운 언어를 모릅니다
나에게 보낸 것 같은 저 곱고 눈부신 문장을
한 행도 한 낱말도 읽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다가가 상처가 되었던 제 귀를 씻어야겠습니다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말을 이제라도 경청해야겠습니다
얼음처럼 투명한 문자들을 골라
두 눈 가득 담아와 밤새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당신에게 보낼 언어들이 천천히 녹을라치면
계곡을 떠돌던 바람도 봉투에 담아 같이 보내겠습니다
겨우내 당신이 남겼던 말이 되살아날 무렵
답장은 기역으로 니은으로 혹은 이응으로 스르르 가고 있겠지요
발밑까지 날아갈 테지요
기다리지 않을게요
다만,
이 골짜기가 파랗게 살아나면 당신에게 당도했을 거라 믿겠습니다
시인 강옥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2015년《시에》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석사과정을 수학했으며, 양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동인 모임 《시촌》에서 활동하며, 시집 『무지개는 색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