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공기는 북유럽 음악과 잘 어울린다. 차갑고 투명한 음색, 과장되지 않은 감정선, 여백을 남기는 구조 때문이다.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1843~1907)는 이런 계절감이 가장 자연스럽게 겹치는 인물이다.
그리그는 ‘페르 귄트’로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을 바탕으로 1875년부터 1876년에 걸쳐 작곡한 부수 음악으로, 이후 일부 곡을 묶어 관현악 모음곡으로 정리했다. ‘아침’과 ‘산왕의 궁전에서’는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한 번쯤은 들어본 선율이다. 특히 ‘아침’은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를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도입부로, 새해의 시작과 맞물려 자주 언급되는 곡이다.
그리그의 음악은 낭만주의 시대에 속하지만, 감정 표현은 절제돼 있다. 독일에서 음악 교육을 받았으나, 작곡의 중심은 노르웨이 민속 선율과 리듬이었다. 이는 그가 민족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이유다. 노르웨이의 자연과 전통 춤곡에서 가져온 리듬은 그의 작품 전반에 스며 있다.
‘산왕의 궁전에서’는 반복되는 리듬 위에 점층적으로 긴장을 쌓아 올리는 구조가 특징이다. 짧은 동기가 집요하게 이어지며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 곡은 영화와 광고, 방송 음악으로 꾸준히 사용되며 대중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리그는 대규모 형식보다는 소품과 서정적인 작품에 강점을 보였다.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그의 대표적인 관현악 작품으로 꼽히지만, 가곡과 피아노 소품에서 그의 개성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서정 소곡집(Lyric Pieces)’은 일상의 감정을 짧은 형식 안에 담아낸 작품집이다.
건강 문제로 평생 요양과 여행을 반복했던 그리그의 삶은 음악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웅장한 영웅 서사보다 자연과 개인의 내면을 향한 시선이 두드러진다. 그의 음악이 겨울에 자주 소환되는 이유다.
1월은 음악을 통해 속도를 낮추기에 적합한 시기다. 그리그의 음악은 극적인 결말보다 여운을 남긴다. 새해의 출발선에서 그의 음악이 다시 들리는 이유는, 차분한 시작을 허락하는 힘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