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 중 하나가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다. 이 작품은 종교화를 넘어 서양 미술사에서 인간적 친밀감이 가장 잘 드러난 성모자 이미지로 평가된다. 상징과 교리를 강조하기보다 관계와 균형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라파엘로는 1483년 이탈리아 우르비노에서 태어났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회화 교육을 받았고, 이후 피렌체와 로마를 거치며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동시대의 거장들이 강한 개성과 긴장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면, 라파엘로는 조화와 질서를 통해 이상적인 균형을 추구했다. 그의 작품이 시대와 취향을 넘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는 1514년경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형 화면 안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어린 세례자 요한이 밀착된 구도로 배치돼 있다. 성모 마리아는 의자에 앉아 아이를 감싸 안고 있으며, 시선은 화면 밖을 향한다. 안정적인 삼각 구도와 원형의 프레임은 장면 전체에 단단한 결속감을 부여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거리감의 제거다. 성모 마리아는 이상화된 신적 존재라기보다 보호하는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아이를 끌어안은 팔의 각도, 옷자락의 질감, 고개를 기댄 아기의 자세는 신성보다 체온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라파엘로는 종교적 주제를 통해 인간 감정의 보편성을 끌어내는 데 능했던 화가였다.
라파엘로의 삶 역시 이 작품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그는 교황청의 후원을 받으며 로마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방대한 벽화와 제단화 작업을 동시에 수행했다. 그럼에도 화면의 안정성과 조형적 균형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는 대규모 프로젝트 사이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오히려 그의 예술적 방향이 가장 응축된 그림으로 평가된다.
라파엘로는 서른일곱이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쳤다. 짧은 생애였지만, 그는 르네상스 회화가 도달할 수 있는 균형의 한계를 제시했다.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는 그 성취를 가장 친숙한 언어로 전달하는 작품이다. 신성과 인간성,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라파엘로가 찾은 해답이 이 작은 화면 안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