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콘텐츠 제작을 넘어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해진 영상과 음성을 전달하는 일방향 콘텐츠에서 이용자의 질문과 반응에 맞춰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로 진화하는 것이다. AI 휴먼기술 기업 클레온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실시간 인터랙션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지호 클레온 최고제품책임자(CPO)는 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빌트모어호텔에서 열린 ‘U-KNOCK 2026 in USA’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저희는 콘텐츠 자체를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 휴먼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업”이라며 “교육과 공공, 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내·교육 넘어 엔터테인먼트로…AI 휴먼 활용처 확장
클레온의 AI 휴먼 기술은 현재 기업 간 거래(B2B)와 공공기관 대상 사업(B2G)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안내 서비스와 교육이다. 공공기관이나 리테일 공간에서는 AI 휴먼이 안내원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 교육에서는 영업이나 고객 응대 상황을 가정한 롤플레잉을 통해 직원들의 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롤플레잉 기반 교육 시장이다. 실제 고객과 대면하기 전에 AI 휴먼과 가상의 상황을 연습하면서 영업 및 고객 응대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클레온은 교육 담당자가 직접 상황과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직원들이 AI 휴먼을 상대로 반복 훈련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체 제품군은 크게 세 가지다. 개발자가 자신의 서비스에 실시간 인터랙티브 아바타를 손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레온 스튜디오’, 기업의 영업·고객 응대 교육에 특화된 롤플레잉 솔루션 ‘롤핏’, 현장에 설치해 활용하는 디스플레이 에이전트 등이다.
클레온 스튜디오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통해 외부 서비스에 AI 아바타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영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면 이용자가 AI 아바타와 실시간으로 영어 대화를 나누며 학습할 수 있다. 롤핏은 기업이 교육 상황과 시나리오를 직접 설정하고 직원들이 AI 휴먼을 상대로 반복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이안 연애’로 방송 진출…사람과 감정 교류하는 AI
클레온은 AI 휴먼의 활용 범위를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도 넓히고 있다. 올해 8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SBS 예능 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 – 기이안 연애’에 AI 휴먼 기술을 공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방송인들이 AI 휴먼과 일정 시간 교류하는 실험적인 형식의 콘텐츠로, AI와 인간 사이의 관계와 소통 가능성을 콘텐츠로 풀어냈다.
기존 안내나 교육 분야에서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감정적인 교류가 중요해진다.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반응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일방향 콘텐츠와 차별화된 맞춤형 소통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CPO는 “안내나 교육 분야에서는 감정적인 교류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감정과 감정이 교류하는 표현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엔터테인먼트와 소비자 대상(B2C) 콘텐츠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서 확인한 기대와 경계…“문화적 차이 이해해야”
이번 미국 시장 진출 행사에서 클레온이 주목한 것도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AI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현지 시장의 인식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 AI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실제 현지 미팅에서는 AI를 창작자의 창의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대와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거부감이 공존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과 소비자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서 CPO는 “한국이나 아시아권에 비해 미국 시장은 AI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저항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도입 사례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문화적 차이와 시장의 반응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참가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AI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 창작자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AI가 만든 결과물은 사람의 손길이 부족하고 감동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무조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보다 문화적·국가적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사람의 표현에 잘 녹여내는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휴먼이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확대의 관건이다. 클레온은 기술 고도화와 함께 국가별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 활용 사례를 늘려가며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