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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3시간에 월 60만원”…게임으로 돈 버는 ‘쌀먹’ 세계

08.11.2026 1분 읽기

게임이 돈이 된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해라.” 1990년대생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잔소리다. 신정훈(가명·30)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메이플스토리를 처음 시작한 그는 “절제력이 부족해 게임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서른이 된 지금, 그 게임으로 매달 수십만원씩 번다.

평범한 직장인인 신 씨는 주말에 한 번, 2~3시간 메이플스토리에 접속한다. 이렇게 버는 돈은 한 달 최소 45만원, 많은 달에는 100만원을 넘긴다. 최근 1년 평균은 월 60만원 안팎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720만원이다.

초1에 시작한 메이플, 중학생 때 첫 수익 ‘100만원’

신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즐겨 했다. 처음부터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그는 “게임 재화를 모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현금으로 교환이 되더라”며 “따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첫 현금화는 중학교 2~3학년 무렵이었다. 당시 신 씨가 빠져 있던 건 게임 속 장사였다. 아이템을 싸게 사들여 제값에 되파는 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재미에 몇 달을 보냈고, 그렇게 모은 게임 재화를 현금으로 바꾸자 100만원이 넘는 돈이 손에 쥐어졌다.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즐기던 게임이 중학생에게 적지 않은 목돈이 돼 돌아온 셈이다.

주말 2~3시간에 월 60만원…비결은 ‘보스 사냥’

지금 신 씨의 수입원은 ‘보스 사냥’이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일주일에 한 번 잡을 수 있는 주간 보스와 한 달에 한 번 잡을 수 있는 월간 보스가 있다. 보스를 처치하면 게임 화폐인 메소로 바꿀 수 있는 ‘보스 결정석’을 기본 보상으로 받는다. 낮은 확률로 희귀 아이템을 얻기도 하는데, 종류에 따라 1억~2억 메소(게임 머니)에서 최대 300억 메소에 거래된다. 현재 시세인 1억 메소당 1500원을 적용하면 약 1500원에서 최대 45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신 씨는 본캐릭터 1개와 부캐릭터 2개, 총 3개 캐릭터로 보스를 돈다. 게임 통계 사이트가 집계한 그의 최근 한 달 보스 수익은 최소 288억 메소(약 43만원). 여기에 한 달에 1~2개꼴로 얻는 희귀 아이템의 판매 수익까지 더해 최근 1년 동안 월평균 약 60만원을 벌었다.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2~3시간씩, 한 달 10시간 남짓이다. 희귀 아이템 판매 수익을 제외하고 기본 보상만 따져도 시급이 3~4만원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1만320원)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물론 초기 투자금도 있다. 신 씨는 캐릭터를 육성하고 장비를 갖추는 데 게임 재화와 현금을 합쳐 약 500만원 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장비 대부분은 다른 이용자에게 되팔 수 있어 실제 부담은 이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게임머니는 주로 게임용 메신저 디스코드를 통해 현금화한다. 중개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구매자와 직접 계좌이체 방식으로 거래해 수수료를 아낀다. 그렇다 보니 거래 사기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는 “신중한 편이라 말이 길어지거나 위험해 보이는 거래는 피한다”고 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캐릭터에 재투자하거나 맛있는 걸 사 먹는 데 사용한다.

그런데 게임 재화의 현금 거래는 게임사 약관상 금지된 행위다. 신 씨는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라 걱정은 없고, 제재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계정 정지 등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안 하면 아깝다” 돈이 되자 달라진 게임…그래도 하루 3시간만 한다

게임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늘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신 씨는 “예전엔 수익이 크지 않아서 하기 싫으면 보스 잡는 걸 빼먹을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벌 수 있는 재화가 크다 보니 안 하기 아까워서 말 그대로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고정 수익에 희귀 아이템까지 얻어 추가 수익이 생기는 달엔 재미가 늘고, 그렇지 않은 달엔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높은 수익을 위해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진 않는다. 매주 2~3시간 정도만 투자하고, 효율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는 것만 한다. 비슷한 수준의 캐릭터라도 시간을 더 쏟는 친구는 훨씬 많이 번다는 걸 알지만 “그 이상 시간을 쓰긴 아깝다”는 것이다.

게임이 지루해지면 미련 없이 쉰다. 본업에 지장을 준 적도 없다. 업데이트나 이벤트로 메소 시세가 출렁여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게임 재화를 곧 현금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들은 신 씨의 부업을 모른다. 친한 친구들 몇 명만 알고 있다. 그에게 이 돈은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에서 생기는 부수입이다. 신 씨는 “먹고 싶은 거 먹고 사고 싶은 거 사게 해주는 돈”이라며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그냥 게임을 하다 보니 얻는 돈”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부업, 누군가에겐 생계…‘쌀먹’의 세계

신 씨처럼 게임으로 돈을 버는 걸 게이머들은 ‘쌀먹’이라 부른다. ‘게임해서 쌀 사 먹는다(생계를 유지한다)’는 말에서 나온 표현이다. 주로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로스트아크처럼 이용자가 많은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에서 이뤄지는데, 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를 시세에 따라 실제 돈으로 바꾼다.

소소한 용돈 벌이부터 고사양 컴퓨터 여러 대를 돌리는 ‘전업 쌀먹러’까지 범위도 넓다. 유튜브와 게임 커뮤니티에는 ‘쌀먹용 컴퓨터 최소 사양’, ‘쌀먹용 캐릭터 육성 단계’ 같은 정보가 활발히 오간다. 게임별 현금화 난이도를 ‘쌀먹 점수’로 매겨 알려주는 ‘쌀먹닷컴’ 같은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부업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생계 수단이 된 셈이다.

쌀먹닷컴에 따르면 이 사이트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0월 약 31만6000명에서 올해 2월 약 48만명으로 넉 달 만에 50% 넘게 늘었다. 일간활성이용자수(DAU)도 2만명에 이른다. 쌀먹닷컴 측은 “게임과 쌀먹을 좋아하는 20대~40대 중반 유저가 주 이용층”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부업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 수단이 된 셈이다.

반면 신 씨에게 메이플스토리는 여전히 취미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도 아니라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게임 시간을 늘릴 생각도 없다. 그저 좋아서 20여 년간 즐겨온 게임이 이제는 매달 수십만원의 부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어린 시절 “게임 좀 그만하라”는 잔소리를 듣던 그에게는 상상도 못 했을 변화다. 덕질도 돈이 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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