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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외국 공관만 100곳… 외교부 세종 이전은 실익 없어”

08.11.2026 1분 읽기

정부는 지난달 13일 외교부와 통일·국방부 등 중앙행정기관 44곳을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행정수도 세종시의 완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외교·안보 담당 부처가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서울에 포진한 각국 대사관과의 업무 공조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교부 이전을 다른 행정부처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전으로 얻는 이익보다 국가 전체의 외교 역량이 저하되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차관은 외무고시 9회 출신으로 외교부 제1·2차관과 주이스라엘 대사, 주일본 대사, 주유엔 차석대사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에는 한일 관계 증진을 위한 외교부 산하 공익법인 세토포럼 명예 이사장과 민간 독립 싱크탱크 니어재단 부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통일·국방부 등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의 청사를 신축해 2031년께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 전 차관은 외교부 이전 논의가 단순히 행정기관의 소재지를 옮기는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외국 정부와의 협상과 국제회의 대응, 재외공관과의 소통 등 대외 업무가 핵심인 조직인 만큼 다른 부처와는 업무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공관과의 대면 협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본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신속한 의사결정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전 차관은 “서울에 100곳 가량의 외국 공관이 존재한다”며 “세종에 외교부 본부가 있고 서울에 해외 공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물리적으로 원활한 외교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에 외국 공관을 함께 이전할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공항 접근성 역시 떨어지는 만큼 이전에 따른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 경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신 전 차관은 “동맹 간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정보 교류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은 단순한 실무 문제가 아니라 양국 간 인식과 신뢰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교에서 중요한 것이 인식과 신뢰라며 한미 간 이견이나 불협화음은 가급적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메시지가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만큼 한 번 공개되면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차관은 “대통령이 외교 안보 사안을 발표할 때에는 외교안보 시스템에서 충분히 걸러낸 다음에 나왔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해졌고, 제3국이 이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며 “그런 중량감을 고려해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 한미관계의 이상 기류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 변화에서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외교가 강화되면서 미국의 안보 부담을 동맹국에 더 많이 요구하고, 경제적으로도 미국 내 제조업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의 투자와 시장 개방을 압박하는 흐름이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진행된 미국·필리핀 주도의 ‘발리카탄 2026’ 다국적 연합훈련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은 정보·안보 협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미 간 안보·경제·경제안보 등 다양한 사안에서 충돌이 있더라도 원만하게 해결하느냐가 외교 역량을 드러내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미 관계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제일 우려되는 분야로 정보를 꼽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빠르게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사실상 핵 무장국에 준하는 수준에 접근하고 있고, 중국 역시 핵전력을 빠르게 늘리면서 한국을 둘러싼 전략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신 전 차관은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핵보유국 두 나라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까지 추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간 정보협력이 흔들리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불거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대북정책에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원칙과 억지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인 ‘햇볕정책’도 안보를 기반으로 했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당장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 한미 간 전략소통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카드인 영변 핵시설 폐쇄와 대북 제재의 해제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고,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그 필요성도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통상·투자 문제에서도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조선 분야 1500억 달러와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 전 차관은 “미국의 압박에 굴할 필요 없이 상업적 타당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조선 분야는 한국이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우리가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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