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5년 전 오늘인 2021년 11월 7일. 제주에서 가정폭력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40대 남성이 말다툼하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A 씨는 그해 11월 4일 오후 5시쯤 제주시 한 빌라에서 술에 취한 채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른 시간부터 술을 마시고 귀가한 자신을 타박하던 부인과 다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 씨는 2019년부터 3년간 가정폭력으로 6차례나 경찰에 신고됐다. A 씨 아내는 계속되는 폭력에 시달리다 지쳐 그해 1월 A 씨를 고소했고, A 씨는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가정폭력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의 공소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12월 새벽 제주시에 있는 주거지에서 피해자인 아내 B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B 씨의 머리에 유리화분을 던지고 얼굴과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그는 B 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둔기로 B 씨 소유의 휴대전화 2대를 깨뜨린 데 이어 그 둔기를 B 씨에 휘두르기도 했다. 이후 B 씨가 계속 저항하자 화가 난 A 씨는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며 주방에 있던 흉기 2개를 양손에 쥐고 휘둘러 부인을 다치게 했다.
‘가정폭력’ 집행유예 기간에 부인 살해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금주 서약서를 작성하고 실제 금주를 이행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A 씨 아내는 ‘남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재판부에 밝혔고, A 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지 불과 38일 만에 아내를 살해했다.
사건 발생 3개월 후인 2022년 2월 17일. A 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이전에도 아내에게 상해를 입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누범기간 중에도 재차 범죄를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반복되는 ‘교제폭력’ 비극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로부터 살해되는 등의 강력 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의 ‘2025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같은 관계에서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7명에 달했으며,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252명이었다.
2009년부터 2025년까지 17년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누적 최소 1697명이다. 살인미수를 포함하면 4002명, 주변인 피해까지 합산하면 5096명에 이른다. 다만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을 집계한 최소치로, 실제 발생한 사건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제폭력을 범죄로 규정한 법안들은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