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을 뒷받침할 주 52시간제 특례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3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초광역특구법에 포함된 노동 특례 철회와 함께 법정 정년 65세 연장의 연내 입법 등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의 판단이 없으면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다면 집권 여당으로서 역할이 뭐냐”며 여당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이재진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초광역특구법 관련 2개 법안이 모두 ‘노동개악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와 김 장관은 노사 간 이견이 큰 이들 법안에 대해 사회적 대화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과 법정 정년(60세) 간의 불일치 탓에 은퇴와 연금 사이에 소득 공백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직무급제 도입, 퇴직 후 재고용 등 보완책 없이 법정 정년만 늘릴 경우 공공기관·대기업 정규직의 혜택은 커지겠지만 신규 채용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5명 중 1명은 ‘임금근로자로 취업하기 어려워’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1.7%로 1년 새 3.8%포인트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 등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로 인해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주요국들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국가의 명운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전력·용수 등 인프라 지원을 통해 특구를 조성하더라도 기업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주 52시간제 등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면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노사정 협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협의가 정치적 결단을 미루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건강권 보호 장치 등을 두루 담은 방안을 먼저 제시하고 노사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 세력의 책무이자 사회적 대화도 살리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