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블루 쓰나미(Blue Tsunami·민주당 압승)’가 현실화한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앵그리 트럼프(Angry Trump)’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높은 관세와 유가, 통상 갈등, 이란 전쟁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농촌과 소도시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로 대미 통상·투자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하면서 사안별로 보류·수정·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환경문제와 전기요금 상승을 이유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에 소극적이다. 데이터센터가 건설 중인 주(州)의 민주당 주지사들은 벌써부터 속도 조절을 공언하고 있다. 대미 핵심 투자인 원전과 가스복합화력발전소도 의회 차원의 점검과 인허가 심사 강화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정부가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검토해 왔으나 사실상 미온적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 정부와 투자 규모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환경 파괴를 이유로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안 마련을 압박할 수도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신속하고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통상뿐 아니라 대북 정책도 불투명하다. 중간선거 패배로 국정 주도권이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만남 자체에 매몰돼 북한 핵을 인정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면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금은 미국의 정치 풍향계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냉철하게 중간선거 이후의 ‘통상 손익계산서’를 점검할 때다.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대미 투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추가 관세 여부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전기차·태양광 등 업종·기업별 실익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대미 투자와 관세 대응 전략을 다시 짜는 데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