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두 달 연속 둔화했다.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린 영향이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나란히 2.9%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석유류도 15%에 가까운 오름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여전히 높은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640억원의 김장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으로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5~6월 3%대를 기록한 뒤 7월 2.8%로 낮아졌다가 8월 3.1%로 반등했다. 이후 9월(2.9%)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반년째 3%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9% 올라 지난해 11월(3.3%)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달(2.1%)보다 오름폭이 0.8%포인트 확대됐다. 최근 식품업체의 출고가 인상과 추석 명절 기간 적용됐던 할인 종료 등이 영향을 미쳤다. 외식 물가도 2.9% 상승하며 올해 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여름철 고온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생선회(5.9%)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석유류 가격은 14.9% 급등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6%포인트 끌어올렸다. 경유(19.7%)와 휘발유(11.6%)가 높은 상승률을 유지한 가운데 석유 최고가격제 적용 대상이 아닌 액화석유가스(LPG)의 오름폭은 확대됐다. 취사용(15.2%)과 자동차용 LPG(14.5%)의 상승률은 전달보다 각각 3.4%포인트, 4.7%포인트 높아졌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약 0.8%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소비자물가가 3.6% 올랐을 것이란 계산이다.
반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1.7%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14%포인트 낮췄다. 농산물이 7.5% 내린 가운데 채소류는 11.2% 떨어졌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11.8%)와 열무(-30.6%) 가격도 하락했지만 무(12.5%)는 출하량 감소로 상승했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4.8%, 5.4% 올랐다. 특히 수산물 상승률은 올해 1월(5.9%)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6% 상승했고 신선식품지수는 6.2% 하락했다.
정부는 지표상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누적된 물가 상승 여파로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다”며 “물가 상방 압력과 리스크도 남아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물가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민생 밀접 품목을 집중 관리하고 유통구조 개선과 불공정행위 단속을 통해 가격 안정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장철을 앞두고는 총 640억 원 규모의 수급안정 대책을 시행한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440억 원을 투입해 주요 김장 재료를 최대 40% 저렴하게 판매하고, 비축·계약재배 물량도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할 계획이다. 가격이 오른 새우젓 등 김장 양념과 주요 수산물에 대해서는 200억 원 규모의 ‘대한민국 수산대전 김장철 특별전’을 통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겨울철 가축전염병 방역을 강화하고 비축 물량 확보와 조기 출하 등을 통해 한파 등 기상 악화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권 차관은 “물가는 통계가 아니라 장바구니로 평가받는다”며 “정부 지원이 국민의 일상에서 실제 가격 안정으로 확인될 때까지 끝까지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말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연간 전망치 달성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1~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2.7%로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연간 전망치(2.6%)를 웃돌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불확실성이 많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중동전쟁의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뿐 아니라 물류비와 원재료비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근원물가의 높은 오름세를 고려하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