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평균소득자가 보험료를 10년간 성실히 낸 뒤 받는 노령연금이 세금으로 지원받는 기초연금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이 3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해 평균소득자가 최소 가입 기간인 120개월을 채울 경우 월 급여액은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A값)의 10.75% 수준이다. 올해 A값은 319만 3511원으로 매달 약 34만 3300원을 받게 된다. 반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34만 9700원으로 약 6400원 더 많다. 자기 돈을 한 푼 내지 않고도 노후에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는가. 공적연금이 신뢰 저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연금 역전’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만으로는 최저 생계조차 꾸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별도로 저소득층을 위한 생계급여 제도가 있지만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탓에 보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기초연금 급여를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지급 대상이 너무 많아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연금법이 65세 이상 인구의 하위 70%에게까지 급여를 지급하도록 획일적으로 못 박고 있어서다. 노인 표심을 의식한 여야가 중산층에게까지 돈을 퍼주는 기형적 제도로 만들어 버린 결과다.
이제는 빈곤층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중산층에게는 푼돈 취급받는 기초연금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앞서 추진하다 미완에 그친 ‘하후상박’식 개혁안부터 되살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대상을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소외계층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 대신 수령액은 생계에 버팀목이 되도록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현행 10년인 최소 가입 기간을 15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또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의 가입률을 높이면서 그 운용을 내실화해 국민들의 노후를 지킬 다층적 연금 체계를 다지는 게 시급한 과제다. 여야정은 더 이상 개혁을 미뤄서는 안 된다. 2028년 4월 총선까지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