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유통업계가 정보보안 조직을 신설하거나 정비하는 등 관련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 정보의 활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사내 정보 관리, 보안 사고 대응 체계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정보보안센터 산하에 개인정보보호팀과 보안전략팀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정보보안센터만 운영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산하에 전담 조직을 별도로 꾸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전략 기능을 세분화했다.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는 정보보호 전담조직인 정보보호팀을 두고 보안 정책 수립과 기술적 통제, 위협 탐지 및 대응, 정보보호 인증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보안 조직을 총괄할 리더를 새로 임명했으며 관련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이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안 집중 기간을 운영하는 등 조직 차원의 보안 인식 제고에도 나섰다.
신세계(004170) 그룹 역시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계열사의 정보보안 조직을 확대하고 고객정보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는 디지털담당과 정보보안센터를 신설했으며 이마트24 역시 정보보안센터를 새로 출범시켰다. 조선호텔앤리조트와 이마트는 기존 정보보안담당 조직을 정보보안센터로 격상했다.
백화점 부문 중심으로는 2030년까지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보안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정보보안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2028년까지 백화점 부문 계열사 전반에 개인정보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하거나 보완할 계획이다.
고객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과 관련해 검증 범위도 넓힌다.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인 ‘ISMS-P’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때 필요한 동의를 제대로 받았는지, 법적 근거에 맞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등을 점검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갈수록 지능화되는 해킹과 보안 위협에 대응해 정보보안 로드맵을 제시된 시점보다 더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정보보안은 기업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핵심 관리 과제로 떠오르는 추세다. 멤버십과 결제,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는 유통기업은 사업 특성상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고객 이탈로도 이어지기 쉽다. 실제 무신사와 G마켓 등 최근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 같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기업 내부의 정보 관리 체계와 함께 사칭·피싱 피해를 예방하려는 대응에 한층 힘을 주고 있다. 신세계는 외부 사이트에서 유출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대량으로 입력해 로그인을 시도하는 ‘크리덴셜 스터핑’ 등 무단 로그인 시도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기업 사칭 문자 등을 막기 위해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 ‘RCS’를 도입했다. RCS는 인증된 기업의 공식 로고를 발신자 정보에 표시하고 브랜드 프로필을 통해 홈페이지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실제 보안 사고를 겪은 기업들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CJ ENM의 OTT 서비스 티빙은 올 5월 대규모 계정정보 유출 이후 정보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달 국태호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를 선임했다. 배달의민족은 올 상반기 외주 협력사의 개인정보 무단 조회·유출 및 사적 보복 사건 이후 고객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수탁사를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점검 항목도 기존 31개에서 53개로 늘렸다. 새 점검 항목에는 정보 유출 사고에 대비한 모의훈련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포함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은 고객의 구매 이력과 결제·배송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폭넓게 다루는 만큼 정보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신뢰도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고객 데이터가 유통업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