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보험사가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A사로부터 받은 공문에는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올해 11~12월 판매 실적을 평가해 기존 판매수수료 외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100%포인트 높여 달라는 내용이다. 월납보험료를 기준으로 지급률이 800%였다면 900%로 올려 달라는 의미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놓고 내년 수수료 분급제를 언급하며 지원을 요청해 왔다”며 “워낙 판매망이 넓어 매출에 타격을 받을까 봐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보험 판매수수료를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분급제 도입을 앞두고 대형 GA들의 추가 보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사에 대한 판매 조직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기존 수수료 규제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 인센티브 확대 요구가 이어지면서 제도 개편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 GA는 올해 체결한 보험계약을 대상으로 13회차나 25회차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해 달라고 보험사에 요청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도 적용된 ‘1200%룰’에 따라 계약 첫해 지급하는 수수료 등이 월납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게 되자 지급 시점을 2~3년 차로 늦춰 추가 보상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A사는 지난달 보험사들에 발송한 공문에서 “내년 1월 시행될 4년 분급제 이전에 주력 보험사의 시장점유율 증진을 위해 별도 시책 전개를 진행한다”며 인센티브 증액을 요청했다. 다른 GA인 B사는 11~12월 판매 실적에 따라 진행하는 베트남 나트랑 해외여행 행사에 보험사가 비용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속 설계사들의 보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포상 행사에 필요한 경비까지 보험사에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두 GA의 요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A사의 추가 시책과 B사의 해외여행 포상 모두 계약 체결 후 13개월째인 2차 연도에 시행된다는 점이다. 계약 첫해 수수료에 적용되는 1200%룰의 한도를 벗어난 시점에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규제 우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공문 외에도 대형 GA들이 보험사 담당자를 만나 구두로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판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 보험사로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가 가능한 배경에는 대형 GA로의 판매 인력 집중이 자리 잡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는 2023년 말 25만 9601명에서 올해 9월 말 33만 5596명으로 29.3% 늘었다. 전체 보험설계사 57만 3647명의 58.5%가 GA 소속이다. 같은 기간 설계사 3000명 이상을 보유한 초대형 GA는 19개에서 29개로 증가했다. 반면 전체 GA 수는 4432개에서 4266개로 감소했다. GA 수는 줄어드는 반면 대형 업체에 설계사가 몰리면서 보험사를 상대로 한 협상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센티브 경쟁이 보험 영업의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상품의 보장 내용이나 서비스보다 판매 실적에 따른 보상이 영업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GA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보험사는 판매망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비용 경쟁이 심화되는 구조다. 특히 과열된 실적 경쟁은 기존 보험을 불필요하게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부당승환이나 실제 모집자가 아닌 다른 설계사 명의로 계약을 처리하는 경유계약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내년 1월부터 판매수수료를 4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고 2029년에는 지급 기간을 7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계약 초기에 집중된 수수료 지급 관행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계약 유지와 관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13회차나 25회차 인센티브를 늘려 보상을 확대하는 관행이 계속되면 제도 도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추가 시책 지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과도한 비용 경쟁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제도만 바꾼다고 과열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인센티브에 대한 감독이 병행돼야 제도 개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