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내년도 예산안에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확대되는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재정 안정 장치”라고 강조했다. 경기 호황기에 확보한 추가 세수를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이 기금의 용처와 재정 운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삭감을 벼르고 있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는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여전히 불평등과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며 새로운 성장 공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격차 완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래대응기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초과 세수를 활용해 미래 성장 동력과 청년·지방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신설한 기금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162조 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적 노력으로 확보한 추가 세수를 청년, 미래 성장 동력, 지방, 교육·인재라는 4개의 축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여유 자금은 세수 부족 시 재정 여력 보강에 활용하겠다”며 “재정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불황기에 지출을 줄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 국채 신규 발행도 줄여 시장 안정을 돕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를 발행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서 순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했다.
앞서 진행된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늘어난 만큼의 재정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고 하는데 일면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지속 성장의 토대를 갖추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에게 직접 “미래대응기금은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다”며 “문제가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미래 세대 주머니를 털어 정권의 선심성 지출을 떠받치겠다는 미래약탈기금이자 초대형 혈세 쌈짓돈”이라고 쏘아붙였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낭비가 걱정된다면 예산 심사에서 걸러내고 기금 운용이 우려된다면 통제 장치를 보완하면 된다”고 맞섰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취약 계층과 청년 등에 대한 지원도 대거 담겼다. 올해 예산안에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판단 아래 이제는 양극화 극복에도 함께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이 대통령은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정부 주도의 ‘3대 핵심 사회정책’이 모두의 성장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격차 완화를 위한 민생 지원으로는 △주요 사회보장급여의 신청주의에서 자동주의로 개편 △중위소득 역대 최대인 6.7% 인상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 장기 연체 채무 특별조정 5000억 원 지원 등을 언급했다.
청년 예산은 올해보다 53.5% 늘어난 43조 5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출생부터 18세까지 부모와 정부가 함께 연 200만 원 저축 시 약 7000만 원을 적립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했다. 청년 공적임대주택도 10만 6000가구로 확대한다. 아울러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해 33조 원을 투입하며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개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AI와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 이 대통령은 “‘3대 메가프로젝트’인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와 AI 투자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조 3000억 원을 투입한다”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 신설로 안정적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수도권 팹의 조기 가동과 서남권 클러스터 구축 등 생산기반 확충에 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담대하게 투자하되 비효율에 낭비하지 않는다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 우선 △국가균형발전 위한 지방 우대 등 예산 편성의 3대 원칙을 제시하며 “6476개 사업, 총 107조 2000억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성장’을 36번, ‘지원’과 ‘투자’를 각각 24차례씩 언급했다. 또 ‘국민’을 23번, ‘미래’를 16번, ‘민생’을 9번 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