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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루블’ 밀어붙인 러…재산권 인정, 상속도 가능

01.11.2026 1분 읽기

러시아에서는 2026년 9월부터 일반 소비자들이 조금 낯선 형태의 돈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루블’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법정통화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설명은 단순하다. ‘1현금 루블 = 1은행계좌 루블 = 1디지털 루블’이다. 모두 같은 돈이지만 형태만 세 가지인 셈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를 현금과 비현금 루블에 이은 ‘세 번째 형태의 국가통화’라고 부른다.

러시아는 2023년 관련 법률을 마련하고 같은 해 8월 13개 은행이 참여하는 실거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2024년에는 참가자를 확대했으며 2026년 9월부터 대형 은행과 일정 규모 이상의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용 단계에 들어갔다.

2023년 제정된 연방법에 따라 디지털 루블 플랫폼과 계좌, 거래 구조를 도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플랫폼 운영을 맡고 디지털 루블은 중앙은행 플랫폼에 개설된 계좌에 기록된다. 민법까지 개정해 디지털 루블의 재산법상 지위와 상속에 관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은행 앱으로 사용하지만 돈은 은행에 보관되지 않는다. 이용자는 기존 은행 앱에서 ‘디지털 루블’ 메뉴를 열어 계좌를 개설한 뒤 QR코드 등으로 결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송금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돈이 움직이는 구조는 기존 은행 거래와 완전히 다르다. 일반 예금은 상업은행 장부에 기록되지만 디지털 루블은 러시아 중앙은행 플랫폼의 계좌에 기록된다. 은행은 돈을 보관하는 주체라기보다 고객이 중앙은행 플랫폼에 접근하도록 연결하는 창구에 가깝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루블을 이용해 대출하지 않으며 잔액에 이자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올해 9월부터 개인은 은행계좌 등에서 디지털 루블 계좌로 한 달에 최대 30만 루블(약 480만 원)을 충전할 수 있다. 다만 계좌에 보유한 디지털 루블을 사용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전할 때 이 한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무 참여 대상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지난 9월부터 주요 은행과 전년도 매출이 일정 기준을 넘는 대형 유통업체가 우선 참여했으며 2027년과 2028년에는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다만 개인에게 디지털 루블 계좌가 자동으로 개설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루블을 보유한 사람이 사망하면 이 돈은 어떻게 될까. 러시아법의 답은 명확하다. 상속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민법을 개정해 은행예금 등에 적용되는 유언처분 규정을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디지털 루블 계좌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루블 계좌 소유자의 사망 사실을 통지받으면 우선 출금 거래를 차단한다. 상속재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의 중요한 차이도 여기서 드러난다. 개인키를 잃어버린 암호화폐는 사실상 영원히 찾지 못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루블은 개인키가 아닌 중앙은행 장부와 법적 상속관계에 따라 이전되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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