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 그룹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유임해 경영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한편,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에 나선 SK이노베이션(096770) 의 진용을 새로 짜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인재를 전진 배치해 인공지능(AI) 및 전력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30일 국내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2027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각 계열사 이사회의 결정 사항을 공유했다. 실적 호조를 이끈 주력 계열사는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강화하고, 사업 확대와 재편(리밸런싱)이 필요한 곳에는 검증된 전문가를 배치했다.
SK하이닉스(000660) 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유지했다. 그룹이 지난 9월 서진우·유정준·이형희 부회장 3명을 SK하이닉스에 투입하고, 부회장단이 임원 250여 명 전원을 1대1로 심층 면담하며 미래 진용의 큰 그림을 그린 만큼 경영 연속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기술 개발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화하면서 그룹의 지배력은 공고히 했다. 미국에 신설한 미주총괄에는 안현 개발총괄 사장을 임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이끌어 온 안 사장은 현지 빅테크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인다. 개발총괄에는 선행 반도체 기술 전문가인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이 임명돼 기존 연구원장 직을 겸한다. 7월부터 SK하이닉스 글로벌성장 태스크포스(TF)를 맡아 온 윤풍영 수펙스협의회 담당 사장은 코퍼레이트센터 총괄 사장으로 선임돼 하이닉스의 재무와 전략을 담당한다.
지주사인 SK㈜는 장용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관리 전문가인 김선혁 SKC 전략부문장을 담당 사장으로 승진 기용했다. 장 대표가 사업 재편 및 재무전략을 총괄하고 김 사장은 계열사 운영개선(OI)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변화는 에너지·화학 계열에 집중됐다. SK이노베이션 신임 총괄사장에는 산업부 차관과 한국전력·가스공사 사장을 지낸 정승일 SK㈜ 미래성장담당 사장이 선임됐다. 정 총괄 사장은 전력 시장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전략을 주도한다. 지주사에서 그룹 차원의 투자 의사결정을 담당해 온 강동수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각자대표이사 겸 SK에너지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SK이노베이션에서 화학 사업을 꾸려온 SK지오센트릭 사장은 김원기 SK엔무브 사내독립기업(CIC) 사장이 겸하면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대응한다. SK어스온 사장에는 자원개발 전문가인 김경준 기획·사업지원실장이 선임됐다. SK온 CIC인 SK온 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는 김태진 원유사업부장이 발탁됐다.
SK디스커버리(006120) 는 윤병석 SK가스(018670)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SK가스 대표이사에는 송경열 전략본부장을 내정했다. 그룹 최고기구인 수펙스협의회에는 권영수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이 담당 사장으로 승진 배치됐다.
글로벌 조직도 재정비했다. 기존 미주·중국·일본에 이어 동남아 지역 총괄을 신설하고 SK이노베이션을 이끌던 추형욱 사장을 보냈다. 추 사장은 AI·친환경·첨단소재 부문의 현지 R&D와 사업화를 맡는다. SK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제적 사업 재편과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