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약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 바이낸스는 출금을 중단하고 손실 전액 보전을 약속했지만 역대급 해킹 사건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30일 이번 사고의 피해 추정액이 약 63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종전 최대 가상화폐 해킹 사건인 지난해 2월 바이비트의 피해액 약 15억 달러를 4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아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바이낸스 해커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 70개에는 이날 오후 2시 25분 기준 총 57억 880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가 분산돼 있다. 테더(USDT) 17억 6800만 개, 비트코인 1만 8270개, 이더리움 49만 7976개, 유에스디코인(USDC) 약 8억 2460만 개 등이 포함됐다.
바이낸스는 초기 조사 결과 해커는 바이낸스 직원 노트북을 해킹해 내부 서비스 실행 환경에 접근한 뒤 승인되지 않은 출금 거래를 실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전송을 승인하는 데 쓰이는 개인 키가 유출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공격 경로와 원인은 추가 조사 중이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TRM랩스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면서 사용한 명칭이다.
바이낸스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보안 체계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날 오후 1시 36분 공지에서는 “출금 서비스와 관련 주소의 보안 체계를 전면 정비하고 있다”며 “공지 시점부터 48시간 이내에 출금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안내했다.
대규모 해킹에 출금 중단까지 겹치면서 커진 이용자 불안을 달래기 위해 손실 전액 보전도 약속했다. 회사는 “이용자 자금은 안전하다”며 회사가 조성한 이용자 자산 보호 기금인 SAFU와 회사 자금으로 모든 손실을 메우겠다고 강조했다.
탈취 자금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공조 또한 이어지고 있다. 바이낸스가 협력 업체들과 함께 동결한 피해 자산은 현재까지 약 30억 달러로 전체 유출 추정액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앞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서클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각각 USDT 15억 6700만 달러 이상과 USDC 8억 달러 이상을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USDT와 USDC는 비트코인과 달리 발행사가 특정 주소의 자금을 동결해 전송과 처분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도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형 거래소에서 자산 탈취 사고가 반복되면서 중앙화 거래소에 가상화폐를 맡기고 거래하는 구조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임스 세이퍼트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에 연결된 지갑인 핫월렛의 자금이 탈취되는 일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세계 최대 거래소에서 발생한 규모를 보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해킹 소식에 가상화폐 가격 역시 출렁였다. 비트코인은 해킹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날 새벽 약 5% 급락하며 8만 달러 선에서 7만 6000달러대로 밀렸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현재는 7만 80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바이낸스 자체 코인 바이낸스코인(BNB)도 약 7% 하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