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길에 올리브영을 들르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쇼핑 목록을 들고 낯선 화장품 앞에서 고민하는 외국인 남성들의 모습까지 화제가 될 만큼, 올리브영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이 반드시 거치는 쇼핑 코스가 됐다.
28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누적 구매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 연매출 1조원을 지난해(11월)보다 3개월 앞당겨 달성한 것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결제는 1101만 건으로, 하루 12시간 영업 기준으로 환산하면 0.9초마다 한 건씩 이뤄진 셈이다. 올해 1~8월 방한 외래관광객이 21.6% 늘어난 것(한국관광공사)보다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 증가 폭이 두 배 이상 가팔랐다.
외국인 비중 2%에서 33%로…강원 매출 105% 급증
외국인 의존도도 크게 높아졌다. 오프라인 매장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에서 2025년 25%를 거쳐 올해 8월 33%까지 확대됐다. 글로벌텍스프리(GTF) 세금 환급 데이터 기준 구매 외국인의 국적은 192개국에 달한다. 올해 누적 구매 상위 5개국은 미국·싱가포르·일본·중국·태국이다.
외국인 고객은 평균 6개 상품을 샀고 3명 중 1명(35%)은 한 번에 10만원 이상을 결제했다. 외국인 매출은 서울이 41%, 경기가 48% 늘었고, 강원은 105%, 경주 88%, 대전 80%, 전주 62%로 지방에서 더 크게 뛰었다.
올리브영은 비수도권에 200평이 넘는 대형 ‘타운’ 매장과 지역 특화 매장을 늘린 것이 외국인 소비를 분산시켰다고 설명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글로벌관광상권’ 매장은 8월 기준 전국 151곳으로 전체 점포의 10%를 넘는다. 올리브영이 지난 5월 외국인 고객을 설문한 결과 1인당 평균 2.8개 매장을 방문했다.
제품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1~8월 피부과학에 기반한 ‘더모 스킨케어’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8%, 이너뷰티는 64% 늘었다. 올해 상반기 올리브영의 별도 기준 매출은 3조3349억원으로 처음 3조원을 넘었고(전년 동기 대비 23.7%↑), 회사는 950평 규모의 센트럴 명동 타운 등 글로벌 특화 매장에 외국인 고객이 몰린 영향을 꼽았다. 올리브영은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맞아 비수도권에서도 대형·특화 매장으로 ‘K관광 인프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빼곡한 쇼핑 리스트 들고 진땀…SNS 속 외국인 남성들
이런 인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으로도 확인된다. 최근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외국인 남성들의 모습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영상 속 한 남성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들고 메모 내용과 화장품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꼼꼼히 살폈다. 다른 남성은 스마트폰 화면과 제품을 번갈아 확인하며 한참 고민했고, 급기야 서로 화장품을 들고 손짓을 섞어 가며 의견을 나눴다. 낯선 뷰티 용어와 수많은 제품 앞에서 엉뚱한 제품을 사 갈까 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한국에 여행이나 출장을 온 이들이 아내나 딸이 적어 준 ‘올리브영 쇼핑 리스트’를 들고 임무를 수행 중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혹시나 잘못 사 갈까 긴장한 모습이 웃기다는 반응과 함께, 낯선 화장품 앞에서 진지하게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가격과 접근성, 체험형 매장을 앞세운 올리브영은 이제 여성 관광객뿐 아니라 가족의 부탁을 받은 외국인 남성들까지 불러 모으는 쇼핑 명소가 됐다. 외국인 매출이 이미 1조원을 넘은 만큼 올해 연간 성적과 지방 매장의 성장세가 K뷰티 소비의 향방을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