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을 설명하며 털어놓은 말이다. 정책의 취지와 당시의 판단 근거보다 결과에 대한 책임 추궁에 무게가 쏠린다면 앞으로 무슨 대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앞으로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가만히 있으면 적어도 책임질 일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 논란은 앞서 정부가 국내외 상장 ETF 간 규제 차이를 줄이고 해외로 향하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고환율 대응과 국내 자본시장 매력도 제고라는 고민도 깔려 있었다. 국내 투자자들의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변동성과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정부는 약 50일 만에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에는 누가 도입을 제안하고 일정을 앞당겼는지,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실패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책 설계와 달리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면 원인을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 당시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는지,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무엇이었는지 따지는 것이 먼저다. 단순히 결과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재단하면 당국자들은 새로운 시도에 나서기보다 실패할 가능성부터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속도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충분히 검토할 시간도 부족한 데다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는 불확실성도 남는다.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과감한 도전을 주문한다. 기존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내놓고 변화하는 시장에 한발 앞서 대응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가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과감한 시도와 빠른 속도를 주문받지만 충분히 고려할 시간도 없거니와 그 시도가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물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책 당국자들이 새로운 시도보다 안전한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