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불꽃축제인 하나비는 하늘 위로 터지는 불꽃을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낙화놀이는 불꽃이 연못 위로 천천히 떨어져서 분위기가 전혀 달랐어요. 국악 선율까지 어우러지니 가을밤의 정취를 느끼기에도 참 좋았습니다.”
이달 15일 경남 함안군 무진정을 찾은 일본 히로시마 출신 A(60) 씨는 한국의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관람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 B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작은 불꽃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알아봤더니 낙화놀이였다”며 “이를 직접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한국 여행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함안 낙화놀이 스페셜데이’를 찾은 일본인 방문객은 1500명에 달했다. 2024년 같은 행사에 500명이 방문한 것에서 2년 새 3배로 증가했다. 내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아 예약제로 운영하는 낙화놀이를 일본인 관광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한 행사다. 일본 현지 여행사 26곳을 통해 낙화놀이를 포함한 35개 유료 관광상품을 판매했다. 행사 당일 일본 관광객들의 지역 지출액도 약 1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지방의 전통놀이가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여행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한큐교통사 관계자는 “히로시마~청주 직항편이 생기면서 일본 지방 거주자들도 한국을 방문하기 편리해졌다”며 “지방공항 노선이 늘면 한국의 지역 관광상품을 찾는 일본인도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큐교통사는 낙화놀이와 진주 남강유등축제를 묶은 상품을 판매했다.
서울·수도권과 부산·제주 등 특정 도시에 쏠렸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역 축제를 즐기기 위해 지방 곳곳을 찾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고유의 문화와 특색 있는 음식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화천산천어축제에는 외국인 11만 4223명이 방문했다. 개막 첫 주 기상 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12만 2364명)보다 6.7% 줄었지만 2024년(8만 5578명)보다는 많았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이 단순히 여행 상품에 화천산천어축제가 포함돼 수동적으로 방문한 것이 아니라 축제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방문한 점이 눈에 띈다. 관광공사가 올해 화천산천어축제 외국인 방문객 257명을 조사한 결과 73.2%가 ‘축제 주제 및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참가 이유로 꼽았다. 여행 상품에 포함돼 참여했다는 답변은 15.2%에 그쳤다.
지난해 수원화성문화제를 찾은 외국인 역시 축제 자체에 대한 관심을 꼽은 비중이 50.0%로 다른 목적으로 왔다가 우연히 관람한 비중(19.5%)을 웃돌았다. 지난해 수원화성문화제를 관람한 외국인은 2만 1274명으로 전년(8660명)보다 145.7% 늘었다.
음식을 테마로 한 지역 축제를 찾은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경북 김천시 관광정책과에 따르면 올해 김천 김밥축제를 찾은 외국인은 약 1000명으로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김천 하면 김밥천국’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김천 김밥축제는 올해 대구 떡볶이축제와 연계한 대만 관광객 대상 여행 상품으로도 개발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부터 대만 현지 여행사들과 협력해 상품을 판매해 관광객 145명을 유치했다. 이들은 23~24일 대구와 김천을 찾았다.
경북 구미 라면축제에는 지난해 전체 방문객 약 35만 명 가운데 외국인이 약 1만 명이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자 올해는 외국인이 직접 라면을 조리하는 ‘글로벌 라면 챌린지’도 신설했다. 온라인 예선에 80개국 1263명이 참가했으며 13개국 참가자 13명이 11월 7일 본선에서 실력을 겨룬다.
지역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은 해당 지역 내 지출을 늘리며 상권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2개 축제를 방문한 1431만 명이 해당 지역에 가져온 경제적 파급효과는 5827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10만 9000명으로 0.8%에 그쳤으나 전년(0.7%)보다 소폭 늘었다. 또 외국인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7만 6091원으로 국내 외지인(5만 3951원)보다 2만 2000원가량 많았다.
다만 축제 관광객이 해당 지역에서 더 오래 머물며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화천산천어축제 외국인 방문객 1인당 화천 내 지출액은 11만 2678원으로 화천 외 지역 지출액(64만 7852원)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화천 내 식음료비는 3만 1446원이었지만 숙박비는 5394원에 그쳤다. 방문객의 62.3%는 하루, 26.8%는 반나절 미만 머물렀다. 축제 외 추가 관광을 하지 않은 비중도 지난해 1.3%에서 올해 28.4%로 늘었으며, 이들 중 80.8%는 일정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