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탑승 수속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 승객들로부터 제기된 2조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기각됐다. 미국 법원은 원고 측이 소송 제기에 필요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탑승 수속 중 인종차별” 주장…배상 요구액만 2조3522억원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난 22일 기각됐다고 공시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3월 9일 러시아 국적 여성 이아나 로디오노바 등 승객 2명이 아시아나항공 등을 상대로 제기했다.
분쟁은 베트남 다낭공항에서 인천행 항공편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원고들은 항공사 측이 여행 서류를 확인하면서 인종차별적 대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과정에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청구금액은 17억5470만달러로, 원화로 약 2조3522억원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1조2995억원의 약 228%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해당 금액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공동피고 전체를 대상으로 한 청구액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단독으로 2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요구받은 것은 아니며, 회사별 청구금액도 별도로 특정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일 소송 관련 사실을 공시하면서 원고들이 통상적인 탑승 수속 및 여행 서류 확인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사 측은 승객의 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한 것이 아니라 국제선 탑승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승객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도 전했다.
법원 “사전 승인 절차 위반”…판결금액 ‘0원’
미국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에 앞서 소송 제기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제시한 기각 사유는 원고들이 개별적으로 부과받은 소송 제기 전 사전 승인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소송이 기각됐으며, 공시에 기재된 판결·결정 금액은 0원으로 확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튿날인 23일 현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해당 결정을 확인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원고들이 주장한 인종차별 여부를 법원이 실질적으로 판단한 결과는 아니다.
법원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따라서 원고들의 차별 주장이 허위라고 인정됐거나, 반대로 항공사의 차별 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항공사가 주장한 통상적인 여행 서류 확인 절차의 적법성 역시 이번 결정에서 본안 판단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제선 항공사는 탑승객의 여권과 비자 등 여행 서류를 확인하고 목적지 국가의 입국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확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확대된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