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최대 50%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한 해외 법인의 공시상 연매출이 최대 66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권당국에 제출한 자금조달 신고서에서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밝히면서도 투자자 수를 ‘0명’으로 표기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인수 계획을 뒷받침할 재원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 발표만으로 주가가 급등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공개매수 추진 전 거래 동향을 살펴보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금융당국 차원의 조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안”이라며 “매매 데이터를 통해 거래 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EDGAR)에 따르면 JYP엔터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넥스록 측은 이달 20일 제출한 사모조달 신고서(Form D)에 연매출이 100만~500만 달러(약 13억~66억 원) 구간에 있다고 밝혔다. 연매출 수십억 원 규모의 소규모 법인이 시가총액 1조 원을 웃도는 상장기업을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9월과 10월 이뤄진 자금조달 신고에서는 증권 판매액을 각각 5000만·2500만 달러로 기재했지만 투자자 수는 0명이라고 적어 자금력을 둘러싼 의구심도 불거졌다.
일본계 투자사라고 밝힌 넥스록 그룹과 SVCV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JYP엔터 발행주식의 25~50%를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 20일 개시를 목표로 기준주가에 약 30%의 프리미엄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공개매수 계획 발표 직전인 26일 정규장 종가 3만 6000원에 30%를 할증하면 주당 가격은 4만 6800원이다. 이를 적용한 지분 25~50% 취득 비용은 약 4157억~8315억 원에 달한다.
공개매수 계획이 발표되자 JYP엔터 주가는 전날 장 마감 후 곧바로 반응했다. 26일 애프터마켓에서 JYP는 정규장 종가 대비 17.08% 뛴 4만 2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7일 정규장이 시작되고 나서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지만, 정규장 종가를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6.81% 상승하는 등 강세가 이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넥스록 측이 약 한 달 전에 공개매수를 예고한 점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공개매수는 개시 전까지 가격과 일정을 비공개로 한다. 계획이 먼저 알려져 주가가 오르면 공개매수가를 높여야 하고, 이에 따른 인수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공개매수를 개시하는 당일 오전 개장 직전 공개매수 개시 사실을 밝힌다. 공개매수 정보는 선행매매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아 공개매수자나 주관 증권사가 정보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넥스록은 이달 초 JYP에 앞서 미국과 호주의 상장 생명보험사 각 1곳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대상 기업은 공개하지 않은 채 다음 달 10일까지 인수 절차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 현재까지 호주증권거래소(ASX)에 관련 공시를 낸 상장 생보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주 회사법은 실제 이행 의사나 자금조달 능력 없이 인수 계획을 발표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넥스록 측이 예고한 JYP 공개매수에 실제로 나서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저촉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 변동을 목적으로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실제 인수 의사나 자금조달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공개매수 계획을 내세워 주가를 띄우려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계획을 발표한 투자사의 실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상황”이라며 “자금력과 의지가 없는데 인수 계획을 발표해 주가에 영향을 줬다면 당국이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