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0% 상승하면서 올해 분기 성장률은 3개 분기 연속 한국은행 전망치를 웃돌게 됐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성장의 강도가 당초 예상치보다 더 강하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7·8월 연속 금리 인상에도 경제성장률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의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0%로 8월 전망치인 0.3%를 0.7%포인트 웃돌았다. 앞서 올 1분기 성장률도 1.8%를 나타내 전망치(0.9%)를 0.9%포인트 상회했고 2분기 역시 0.6%로 전망치(0.2%)를 넘어선 바 있다. 한은이 분기별 성장률 전망 경로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4년 8월 이후 실제 성장률이 세 분기 연속 전망치를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돈 것만으로도 연간 성장률을 약 0.35%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세를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투자다. 반도체 수요 확대가 수출뿐 아니라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가 늘면서 생산능력 확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물량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의 경제적 비중이 커지면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정보기술(IT) 하드웨어가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약 9%에서 올해 말 23%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부문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 기여도의 약 6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산업의 비중 확대와 생산·수출 증가가 맞물리면서 업황이 전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4%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3.2%로 높였고 한은과 국제통화기금(IMF)이 3.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7%를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성장률 전망 평균도 3.5%에 달한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를 기록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4%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는 시차가 예상된다. 이 국장은 “반도체 산업의 단점이 있다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라며 기업소득 증가가 정부와 가계로 파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른 법인세 등 세수 확대 효과는 주로 내년도 재정지출에 반영되고 성과급 지급도 내년 1분기에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의 소비 여력도 아직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2% 줄어 2022년 4분기 이후 1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 주가가 급락하며 주식 거래 대금이 감소했고 자동차 업계 파업,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및 가전 업계 환급 행사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했다. 도소매·숙박음식업은 전 분기보다 0.4%, 금융·보험업은 4.3% 감소하는 등 서비스업에서도 업종별 부진이 나타났다.
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늘어난 것과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 사이에도 간극이 나타났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원유 등 수입품 가격 하락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1977년 4분기 이후 4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 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해 한 달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수출 호황으로 경제 전체의 소득 여건은 개선됐지만 그 효과가 가계의 소비심리와 실제 지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