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임기를 약 7개월 남기고 물러나면서 한은 집행간부와 주요 국장급 인사가 잇따라 이뤄졌다. 박 부총재보가 대미 투자 집행을 위해 신설된 한미국전략투자공사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 부총재보 임명에 이어 국장급 인사까지 빠르게 진행됐다. 과거에도 후배들에게 승진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임기 전 물러난 한은 임원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퇴임 역시 내부 인사 흐름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신현송 총재는 통화정책·시장 담당 부총재보에 최창호 통화정책국장을 임명했다. 임기는 27일부터 2029년 10월 26일까지다. 한은은 최 부총재보 임명에 따른 후속 부서장 인사도 단행했다.
방홍기 국제협력국장이 통화정책국장으로, 강남이 금융검사실장이 국제협력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승호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금융검사실장에 임명됐다. 최 부총재보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통화정책국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의 연쇄 이동이 이뤄진 것이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한은을 떠난 임원은 박 부총재보가 처음은 아니다. 강태수 전 부총재보는 2014년 7월 임기를 약 9개월 남기고 사임했다. 당시 대학 강단으로 자리를 옮긴 강 전 부총재보의 퇴임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차원의 결정으로도 받아들여졌다. 같은 해 5월에는 박원식 전 부총재가 임기를 약 11개월 남기고 물러났다.
한은 부총재보의 임기는 3년이다. 임기 보장은 집행간부의 독립성과 업무 연속성을 뒷받침하지만, 임기 중 퇴임으로 후임 인선이 앞당겨지면 내부 승진과 보직 이동의 기회도 생긴다. 이번에도 박 부총재보의 퇴임 직후 후임 부총재보와 국장급 인사가 연이어 이뤄지면서 조직 내 인사 순환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1996년 한은에 입행한 박 부총재보는 약 30년간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업무를 맡았다. 통화정책국 부국장과 금융시장국장을 거쳐 부총재보에 올랐으며 코로나19 위기와 고물가 국면 등 주요 정책 변곡점에서 실무를 이끌었다. 신현송 총재는 이날 환송사에서 박 부총재보가 면밀한 분석과 한발 앞선 진단으로 선제적 정책 대응의 토대를 마련하고 금융시장과의 소통 및 정책당국 간 공조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은 안팎에서는 박 부총재보가 외부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점에도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한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퇴임 후 갈 수 있는 자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미 투자 관련 공공기관에 새로운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은에서 쌓은 전문성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박 부총재보의 퇴임으로 후속 인사가 앞당겨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인사 순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