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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국물에 사리 ‘풍덩’…베트남 사로잡은 고추장

26.10.2026 1분 읽기

[세계 식탁 파고드는 K소스] <1> 베트남 휩쓴 한식, 양념도 비상

떡볶이와 치킨 등 한식의 인기가 해외 외식시장을 넘어 한국산 소스와 식재료 수요로 번지고 있다. 현지 프랜차이즈 확산과 가정 내 한식 소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K소스는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서울경제는 베트남과 미국 현장을 둘러보며 K소스의 확산 과정과 수출 경쟁력,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

25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국내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 매장. 붉은색 간판을 내건 식당 안에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테이블마다 놓인 냄비에 떡볶이를 직접 끓여 먹고 있었다. 떡과 면 사리 등을 골라 담아 새빨간 국물이 끓는 냄비에 넣는 모습은 이제 하노이에서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처럼 한국 외식 브랜드가 베트남 시장에 안착하면서 고추장과 간장, 전용 소스 등 한국산 장류와 양념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확장에 따른 소스 수요 증가에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이 맞물리면서 소비처도 식당을 넘어 현지 가정의 식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외식 브랜드가 베트남에 진출하면 매장에서 사용하는 양념도 함께 따라간다. 현지에서 한국 식품을 수입·유통하는 동양농수산은 노랑통닭·충만치킨·훌랄라치킨 등에 쓰이는 전용 소스를 한국에서 들여와 현지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갈릭·깐풍·매콤달콤 치킨소스와 떡볶이소스 등이 대표적이다. 간장·고추장·된장·쌈장 등 장류도 수입한다. 현지에서 한국 외식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본국의 맛을 내기 위한 양념 수요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실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소스 물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에 따르면 한국의 대베트남 기타 소스·혼합조미료 수출액은 2015년 399만 달러에서 2020년 1170만 달러, 지난해 2179만 달러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약 5.5배로 커진 것이다.

한국산 소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FTA도 한몫하고 있다. FTA는 한국산 소스의 가격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제품을 직접 들여오면 운송비에 관세까지 붙지만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타 소스와 참기름, 혼합조미료, 간장 등은 베트남에서 20~32%의 관세가 적용되지만 한·베트남 FTA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 관세가 0%로 낮아진다.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동양농수산도 FTA 원산지증명서를 활용해 한국에서 들여오는 소스류의 관세 부담을 낮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BBQ는 한·베트남 FTA를 활용해 베트남 매장에 공급하는 한국산 소스의 관세 부담을 줄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연간 3000만 원 이상의 관세를 절감했다. 현지 매장이 확대되면서 해당 소스의 올해 3분기까지 수출액은 이미 종전 연간 평균인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식 양념은 외식업체의 주방을 넘어 대형마트 매대도 공략하고 있다. 25일 찾은 하노이의 대형마트 ‘GO! 탕롱점’에서는 칠리소스와 케첩이 빼곡하게 놓인 매대 사이로 고추장과 쌈장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날 방문한 ‘에이온(AEON) 롱비엔점’에서도 한국 장류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접하던 한국의 맛이 가정에서 직접 조리하는 식재료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체들도 현지 소비자가 복잡한 조리법을 알지 못해도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양념 제품을 세분화하고 있다. 대상이 판매하는 불고기·갈비 양념은 고기를 재워 바로 조리할 수 있고 김치 양념은 손질해 절인 배추에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고춧가루와 액젓을 비롯해 여러 재료를 각각 구입해 양념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줄인 제품이다. 대상 현지 관계자는 “로컬 브랜드들도 한국식 양념장과 김치 양념 등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산 식재료에 대한 수요는 완제품 소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식품에도 한국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한국산 원료를 들여오는 사례가 있다. 대상은 현지산 대신 한국 특유의 맛을 구현할 수 있는 한국산 참기름을 일부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현지 원료만으로는 한국 식품 특유의 맛과 향을 내기 어렵고 베트남 소비자들도 ‘오리지널 한국의 맛’을 찾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 시장의 성장 여지도 크다. 외식 시장과 비교하면 가정용 한국식 소스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불고기와 김치 등 한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소비가 늘면서 관련 제품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농수산 관계자는 “과거에는 라면이나 김, 과자 등 완제품 중심으로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한국 음식 자체를 현지에서 즐기려는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음식의 맛을 직접 구현하기 위해 한국산 식재료와 소스를 사용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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