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지난달 떡 디저트 매출이 1년 전의 6배로 불어났다. 전국 유명 떡집을 한자리에 모은 팝업스토어가 잇따라 흥행하고, 디저트 브랜드 ‘한정선’의 찹쌀떡 같은 이색 떡이 인기를 끈 덕분이다. 백화점뿐 아니라 e커머스와 편의점에서도 떡 상품 판매가 크게 늘면서, 떡 열풍의 영향이 유통업계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2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잠실점의 떡 디저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00% 늘었다. 본점도 46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한정선 효과가 컸고, 여기에 떡 트렌드 전반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떡 팝업에도 소비자들이 몰렸다. 롯데백화점이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7일간 연 ‘전국떡지순례’ 1차 행사에는 구매 고객 2만 명이 몰린데 이어,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잠실점 지하 1층에서 진행한 2차 행사에서도 구매 고객이 1만5000명에 달했다. 시즌2에는 속초 ‘육구방앗간’, 부산 ‘영도다리떡방’, 서울 ‘대흥떡집’, 창원 ‘창원생과방’, 대구 ‘모락절미’ 등 전국 8개 떡 브랜드가 참여했다. 앞선 행사보다 참여 브랜드를 3곳 늘렸다. 육구방앗간의 밥알찹쌀떡과 영도다리떡방의 피자설기, 대흥떡집의 말차초코설기 등이 대표 상품으로 꼽혔다.
떡 수요는 온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컬리의 최근 3개월(6~8월) 떡·한과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로 늘었다. 창억 ‘호박인절미’ 거래액은 336% 증가해 떡 랭킹 1위에 올랐고, 피자설기는 입점 2주 만에 상위권에 들었다. 약과·약밥 등 한과 거래액도 123% 뛰었다. 컬리는 수요에 맞춰 관련 상품 수를 80% 늘렸다.
유통업계는 올 하반기 들어 떡 인기가 급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정선 등 인기 매장 앞에는 오픈 부터 줄을 서는 ‘떡픈런(떡+오픈런)’ 행렬이 일상적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이 유명 떡집을 찾아 다니는 이른바 ‘떡지순례’ 트렌드가 생겨나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찾은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식품매장에서는 고디바와 한정선 매장 앞에 대기 줄이 몇 겹으로 굽이쳐 늘어서 있었다. 고디바에서 하루 150개 한정으로 파는 ‘고디바 모찌’는 픽업시간이 오전 10시 30분부터인데도 새벽부터 대기가 시작돼 오전 6시께 당일 웨이팅이 마감되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네이버의 ‘고디바 모찌’ 검색량은 8만 3300건에 달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을 받고 구매를 대행해주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엠브레인 구매딥데이터에 따르면 바코드가 찍힌 포장 떡의 최근 1년(2025년 9월~2026년 8월) 구매 추정액은 약 1519억 원으로 전년 동기(1158억 원)보다 31.2% 늘었다. 직전 기간에는 1.8% 줄었던 떡 구매가 1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수증 수는 23.0% 늘었다. 구매 횟수보다 구매액이 더 크게 늘어 1회 구매 금액도 커졌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의 구매액이 45.5%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50대가 40.0%로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찹쌀떡이 88.7% 늘며 3위에서 2위로 올라섰고, 모찌류는 161.5% 급증했다. 떡이 명절 음식이나 식사 대용을 넘어 디저트로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편의점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GS25가 지난달 초 한정선·로로멜로와 손잡고 내놓은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은 누적 판매량 70만 개를 넘겼다. 9월 한 달간은 캔맥주를 제치고 GS25 퀵커머스(배달·픽업) 전체 매출 1위에 올랐다. 주류나 즉석조리식품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퀵커머스에서 디저트가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GS25는 후속작 ‘한정선 피스타치오 찹쌀떡’을 출시하고 2만 개 한정 사전 예약 판매도 진행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17~20일 ‘트렌드랩 성수점’과 ‘디저트랩 서울숲점’에서 영도다리떡방과 익산농협떡방앗간의 인기 상품 11종을 편의점 업계 최초로 판매했다. 이마트24는 이들 떡집과 협업해 전국 점포에서 팔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 관심이 쏠리지만 포장 떡 구매액까지 늘고 있다”며 “떡이 디저트 시장의 보다 비중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