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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맞서는 언론의 무기 ‘팩트’

23.10.2026

“왜 언론을 폄훼하냐고? 언론의 신용과 위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죠. 나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썼을 때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

정치권력이 언론을 공격하는 이유를 이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불리한 보도를 ‘가짜 뉴스’로 낙인찍고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 공격은 비판을 넘어 뉴스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였다.

신간 ‘정치는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지낸 저자가 트럼프 시대 언론과 권력의 충돌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부터 트럼프 탄핵 시도, 대선 불복과 의사당 폭동까지 최근의 미국 정치를 뒤흔든 사건들의 보도 이면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되살린다.

책은 특종의 성과보다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취재원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보도의 공익성과 소송 위험을 따지는 기자와 편집자의 판단, 대통령의 직접적인 항의와 사주를 통한 압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아마존의 사업적 이해관계까지 정치적 압박의 수단이 되는 대목은 언론의 독립성이 정치권력과 자본 사이에서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언론의 역할을 이상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를 둘러싼 논란과 표현의 자유, 편집국의 책임을 둘러싼 갈등 등을 통해 저널리즘 내부의 윤리적 딜레마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객관성이란 모든 주장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무관하게 증거에 따라 사실을 판단하는 태도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펼쳐낸다.

디지털 전환과 대중의 불신 속에서 언론의 위기는 외부의 공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책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책임과 함께 뉴스룸이 지켜야 할 원칙을 되묻는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 언론의 독립성은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조건임을 일깨운다. “우리는 정부와 전쟁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고 있다.” 권력에 맞서는 언론의 무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취재와 검증을 거친 사실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무겁다. 3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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