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상 유일한 핵심 증거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도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의 일부만 선별해 신빙성을 인정한 1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 씨의 진술 중에는 직접 경험한 사실과 과장되게 진술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명 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주변적인 설명으로 회피하거나 기존 진술을 유리하게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고소 방침을 밝힌 후 명 씨가 “오세훈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발언한 점도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주장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명 씨는 오 시장이 나경원 후보를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며 울면서 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 씨를 만난 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인 비용 부담까지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제출된 명 씨와 사업가 김한정 씨의 통화 녹취록도 중요한 변수였다. 명 씨는 김 씨에게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명 씨의 주장이 녹취록 내용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명 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김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혐의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1심은 김 씨와 명 씨 사이에 친분이 형성되기 전 송금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오 시장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법적인 비용 대납을 노골적으로 요청했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은행 계좌 이체로 비용을 송금한 점도 불법 거래 방식으로는 이례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유죄의 확신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직후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상고 의사를 밝혔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실심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에 증거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면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