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3일 단행한 2027년 정기 임원 인사는 앞서 정용진 회장이 선언한 ‘책임경영’ 실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벅스 마케팅 사태로 그룹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정 회장 스스로 책임의 무게를 더하는 동시에 그룹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제시한 것이다.
정 회장은 13년 만에 이마트 대표이사로 복귀해 이사회와 주주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자신과 함께 이마트를 이끌 각자대표로는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를 내정했다. 김 대표는 1996년 신세계 이마트로 입사한 뒤 MD와 전략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영업전략통이다. 신세계TV쇼핑과 신세계라이브쇼핑, 신세계까사 대표를 지냈다.
이마트 대표 교체는 2분기 별도 영업이익(256억원)이 64% 증가하는 등 정 회장이 강조하는 본업 경쟁력 강화 기조가 가시화되는 흐름 속에 이뤄졌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이 그룹 내 이마트의 역할에 대해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재무통으로서 안정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영업통인 김 대표에게 보다 큰 폭의 성장을 도모하라는 과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SSG닷컴 대표를 겸임한다.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마트뿐 아니라 e커머스 부문도 본업으로 삼아 육성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신세계까사 대표 자리에는 허민호 전 CJ올리브영 대표가 내정돼 까사미아, 자주(JAJU) 사업의 확장을 추진한다. 허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와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상품팀 등을 거친 후 2008년 CJ올리브영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후 10년간 CJ올리브영의 매장 수와 매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허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코스메틱 디비전 대표도 겸임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을 패션 디비전과 코스메틱 디비전으로 나누고 각각 전문 경영체제를 도입한다. 패션 디비전은 김덕주 현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가 맡는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도 재정비했다. 경영지원총괄에는 최택원 SSG닷컴 대표를, 대외협력본부장에는 박승학 조선호텔앤드리조트 레저사업부장을 각각 선임했다. 전상진 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은 유임돼 전략실 중심축을 유지한다. 4월 이후 공석인 경영전략실장은 임명되지 않았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SMPMC의 기인주 대표가 내정돼 ‘청라 돔구장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역대 최대인 36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했다. 40대 임원 비중도 18%로 역대 가장 높다.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신사업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문화를 갖추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 들어 인공지능(AI) 분야의 리플렉션AI, 부동산 개발 분야의 아만그룹, 콘텐츠 분야의 스카이댄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그룹은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수시 인사를 통해 쇄신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재 발굴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미래 성장 사업에서도 결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