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2월부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로부터 해외 거래소 등으로의 가상자산 이전 내역을 건별로 보고받는다. 외환전산망을 통해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보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만 사업자들의 보고 부담을 고려해 월말 잔액 보고 기준과 범위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한은의 ‘가상화폐이전업자 대상 외환전산망 보고업무 편람’에 따르면 가상화폐 사업자는 12월 3일부터 당일 완료된 가상화폐 유출·유입 내역을 다음 영업일 오전 11시까지 한은에 보고해야 한다. 주말과 공휴일 거래분은 다음 영업일에 일괄 제출할 수 있다.
보고 항목에는 거래 일시와 가상화폐 종류·수량, 원화 환산 금액, 수수료, 송·수취인 정보 등이 포함된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해외 거래소로 보내거나 국내 사업자에서 개인지갑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면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개인지갑끼리 직접 주고받는 거래는 보고 대상이 아니다.
이번 제도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라 국경 간 가상화폐 이전 내역을 한은이 외환전산망을 통해 수집하도록 한 것이다. 한은은 외환정보 집중기관으로서 관련 자료를 보고받아 국경 간 자금·가상화폐 이동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기존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등 관리 체계와는 별도로 외환거래 차원에서 이전 내역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가상화폐 사업자는 이용자별 월말 보유 수량과 원화 환산 잔액, 월중 유입·유출 내역도 매달 보고해야 한다. 보고 기한은 다음 달 10일 오후 5시 30분까지다. 편람은 휴면계정과 상장폐지 가상화폐, 스테이킹 자산도 잔액 보고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다만 월말 잔액 보고 대상과 범위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한은은 2024년 7월 19일 이후 국경 간 이전 거래 이력이 한 차례라도 있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당 월에 거래가 없더라도 잔액을 보고받는 방안을 마련했다. 박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7월 19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국내 5대 거래소에서 국경 간 가상화폐 이전 거래 이력이 있는 이용자는 127만 2878명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2024년 7월부터 소급 적용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사업자들이 있다”며 “법 시행일인 12월 3일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잔액 보고 범위도 크게 줄이는 방안을 포함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사업자 규모와 거래량에 따라 보고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한 대형 거래소와 거래가 거의 없고 영세한 사업자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보고를 받는 것이 모니터링 실효성 측면에서 동등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재정경제부 등 관계기관 및 가상화폐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11월 중 보고 내용과 범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