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하지 못한 발전소에 최근 5년여간 3조 1651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선로가 부족해 발전기를 멈춰 세운 데 따른 비용이다. 송전망 확충 지연으로 발생한 비용이 전력 구입비에 반영되면서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송전 제약으로 발전하지 못한 전력량은 11만 2430GWh에 달했다. 한전은 발전사업자의 실제 전력 생산 여부와 관계없이 이 기간 총 3조 1651억 원을 기대이익정산금(MAP)으로 지급했다. 기대이익정산금은 발전계획에 포함된 발전기가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로 발전하지 못했을 때 기대이익을 보상하는 제도다.
문제는 송전망 부족으로 발생한 비용이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발전사업자에 지급되는 정산금은 전력 시장을 통해 한전의 전력 구입비에 반영된다. 전력 구입비는 전기요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총괄 원가의 주요 항목이다. 송전망 확충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 원인으로는 발전설비 확충 속도를 송전망 구축이 따라가지 못하는 ‘인프라 엇박자’가 꼽힌다. 태양광 등 발전설비는 건설에 1~3년이 걸리는 반면 345㎸급 대용량 송전선로는 입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 주민 협의 등을 거쳐 완공하기까지 9~13년이 소요된다.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확충 계획을 연계하는 선제적 대응이 부족해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상황이 개선되기도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태안화력과 GS당진복합 등 전국 12개 발전소가 송전 제약으로 발전을 제한받고 있다. 충남권 5개 발전소는 2028년 12월, 동해안권 7개 발전소는 2027년 12월에야 제약이 해소될 예정이다.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발전 제약에 따른 보상금 지출도 수년간 수조 원 단위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송전망 부족이 첨단산업단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산업단지 전용 송전망 사업의 공정률이 1~20%에 그친 가운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3조 7000억 원을 투입해 345㎸급 14개 선로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2025년 말 기준 공정률이 1%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