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천만 영화가 한 편도 나오지 않을 만큼 극장가에 위기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올해는 ‘왕과 사는 남자’와 ‘오디세이’ 등 천만 영화 두 편이 나온 데 이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힘을 보태는 등 극장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아이맥스(IMAX)와 4DX, 스크린X 등 특수상영관을 찾는 관객들이 크게 늘면서 객단가 상승과 극장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2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극장의 누적 매출액은 1조 641억원, 누적 관객 수는 1억 292만 명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1조 470억 원)을 이미 넘어섰으며, 관객 수도 지난해(1억 608만 명)의 96.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연간 관객 수가 연말께 간신히 1억 명을 넘어선 것과 달리 올해는 10월 중순 1억 명을 돌파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1693만명, ‘오디세이’는 1225만명,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905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300만~700만명대 ‘중박 영화’가 대거 등장한 것도 관객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군체’(595만 명) ‘호프’(458만 명) ‘암살자(들)’(328만 명)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고르게 흥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박 영화 한두 편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중간 규모의 흥행작이 다수 등장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 흥행작과 글로벌 프랜차이즈 대작들이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면서 시장 회복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특수관의 가파른 성장세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특수관 티켓값은 영화 상영 시간이나 화면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관의 최대 3배에 달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수상영 매출액은 4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객 수도 28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9.0% 늘었다. 특수상영 매출이 전체 극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7.2%에 비해 0.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아이맥스 매출액이 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하며 특수상영 전체 매출의 42.5%를 차지했다. 대형 스크린과 몰입감 높은 사운드 등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요소가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특수관이 극장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할리우드 대작들이 특수상영 덕을 톡톡히 봤다. ‘오디세이’(8월 5일 개봉)의 특수상영 매출액은 약 42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0%에 달했다. ‘스파이더맨’(7월 29일 개봉)도 전체 매출의 11.6%인 162억 원이 특수상영관에서 나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1위 극장 사업자인 CJ CGV는 관객 수 증가, ‘용아맥 열풍’으로 대표되는 특수상영 특수, 적자 점포 및 인력 감축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CJ CGV는 최근 수년간 적자 점포를 정리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체질 개선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 직영 사이트는 2019년 115개에서 올해 2분기 106개로 감소했고, 총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1423명에서 894명으로 줄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 중인 특수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 CJ CGV는 자회사 4DPLEX를 통해 스크린X와 4DX 포맷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극장사와의 계약 확대와 전용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차세대 수익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연간 관객 2억 명 시대(2013~2019년)가 다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영화산업 기초체력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단적으로 2019년 4.37회이던 1인당 평균 영화 관람 횟수가 지난해 기준 2.08회로 반토막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