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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에 ‘기술 유출 특사경’ 뜬다…“적발땐 R&D 비용까지 배상”

19.10.2026 1분 읽기

정부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첨단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 산업통상부에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고 기업의 해외 법인 매각·철수와 외국인의 우회 인수합병(M&A)도 국가핵심기술 승인 심사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범죄수익 환수 범위도 크게 확대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9일 제76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술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기술 유출 범죄로 얻은 이익에 대한 몰수·추징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피해 기업의 손해배상액에는 최소한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비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을 상향하고 벌금 양형 기준도 신설한다.

수사 체계도 개편한다. 산업기술 전문성을 갖춘 산업부 담당자가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특사경 권한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을 겨냥한 기술 유출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107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에 반영해 이달 중 발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산업의 첨단기술이 유출되면 단순히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는 수준을 넘어 국가 패권 경쟁에도 중대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핵심 기술이 일순간에 경쟁 국가로 넘어가면 간신히 벌려놓은 시간과 격차가 일거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첨단기술 유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양산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D램은 퇴사를 앞둔 삼성전자 연구원이 손으로 베껴 적은 노트 12장 분량에서 핵심 기술이 새어 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에서도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 중국 판매법인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이미지센서(CIS) 공정 관련 영업비밀 자료 186장을 출력하고 5900장을 촬영해 반출했다. 2020년부터 이렇게 빠져나간 기술로 우리 산업계가 입은 피해액이 23조 2700억 원에 이른다. 기업이 오랜 기간 투입한 개발비에 더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으로 잃는 매출과 기술 우위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피해는 특히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에 집중됐다. 산업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107건 중 반도체가 40건으로 37.4%를 차지했다.

해외 유출의 주요 목적지는 중국이다. 경찰이 지난해 검거한 해외 기술 유출 33건 중 중국 관련 사건은 18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문제는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2025년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100%로 놓은 한국과 중국의 종합 기술 수준은 각각 90.2%, 89.1%였다. 양국의 격차는 2023년 5.0%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좁혀졌다. AI·센서·차량용 등을 포괄하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82.1%)이 한국(79.2%)을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핵심 공정과 양산 노하우까지 경쟁국으로 넘어가면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더욱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 반도체는 공정별 조건을 최적화하고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후발 업체가 검증된 기술을 확보하면 시행착오를 줄여 양산을 앞당길 수 있다.

한번 해외로 넘어간 기술이 경쟁사의 생산 라인에 적용되면 사후 처벌만으로는 이미 상실한 기술 우위를 되찾기 어렵다. 산업부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도입하려는 것도 기술 유출을 조기에 포착하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해외 법인 매각이나 우회 M&A까지 심사 대상을 넓히는 것 역시 핵심 기술이 해외로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다.

김 장관은 이날 “기술 유출은 국가와 기업이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축적한 산업경쟁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기술 탈취도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한 기술 유출 사건 179건 중 국내 유출이 146건으로 81.6%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 사건도 155건으로 전체의 86.6%에 달했다. 임직원 등 내부자가 연루된 사건 역시 148건(82.7%)이었다. 해외에서는 국가 산업경쟁력이 흔들리고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기술 탈취는 피해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정 기술이나 제품에 매출이 집중된 중소기업은 핵심 기술을 빼앗기면 거래처와 시장을 잃을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기술 유출로 매출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입증하기 어려워 충분한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고의적인 기술 침해에는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할 수 있지만 손해액 자체가 적게 인정되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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