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상수원 보호구역인 팔당댐 일대에 수상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게 된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양광 가용 부지를 ‘영끌’하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규제합리화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물산업 분야 경쟁국 수준 규제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물 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개선해 물 산업과 물을 활용한 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정부는 상수원보호구역 내 태양광발전소 건설 허가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상수원보호구역의 경우 건축물 옥상, 도시·군 시설 부지, 주택 대지에만 육상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었다. 여기에 햇빛소득 마을과 같이 농업협동조합·산림조합 등 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면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아울러 저수면 위에도 수상태양광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조항을 추가했다.
기후부에 따르면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수상태양광 사업을 할 때에는 △소관 지방정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수면 관리 주체가 직접 발전소를 운영해야 한다. 민간 위탁시 난개발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참여해 소득을 공유하는 방식을 활용해야만 사업을 허가받을 수 있다.
정부가 통상 개발이 가장 엄격하게 제한되는 상수원 보호구역까지 태양광을 확대하는 것은 수상 태양광이 부지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육상 태양광은 볕이 잘 들고 굴곡이 적은 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는 이미 대부분 산업단지나 농지가 선점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부지를 구하기 어렵다”며 “결국 지붕형·영농형처럼 기존 토지 활용 방식을 유지하거나 간척지나 댐으로 만들어진 수면을 활용하는 수상 태양광이 대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목적 댐과 연계하는 경우 별도의 변전 설비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현재 106㎿(메가와트) 수준인 수상태양광 설비 규모를 2030년 6.5GW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 주력하느라 상수원 보호구역까지 무리하게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식수 및 생활·공업용수 공급이 우선이어야 할 댐들이 자칫 재생에너지 발전에만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수상태양광 설치가 허용되는 상수원보호구역에는 △팔당호 △주암호 △동복호 등 수도권·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을 담당하는 곳들이 포함됐다. 팔당호만 해도 수도권 2600만명의 먹을물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젖줄이다.
극한 가뭄이 찾아왔을 때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수상태양광의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꼽힌다. 가뭄이 길어져 수위가 과도하게 떨어지면 패널이 수면 아래 시설과 충돌하거나 계류장치가 고장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면은 지면에 비해 온도가 떨어져 태양광 효율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실제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있는 운문호의 경우 올해까지 6년 연속 가뭄에 시달렸다. 자체 홍수 조절 기능이 없고 지표수라는 특성 탓에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팔당댐의 취약 요인이다. 팔당댐은 여름철 홍수기마다 지표면 쓰레기가 밀려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기후부와 규제합리화위는 댐 주변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댐 주변의 친환경사업은 그동안 전문성이 떨어지는 댐 운영 주체만 시행할 수 있었다. 가령 댐 주변에 캠핑장을 만들려 해도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수자원공사나 지방 정부가 사업을 직접 하다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친환경적인 사업에 한해 매각·임대·위탁 방식으로 부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또 상수원 인근지역 주민 지원에 활용되는 수계기금 사업 대상에 협동조합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가해 햇빛·바람 소득마을 지원 근거도 확대했다.
정부는 또 인공지능(AI) 정수장 기술 국제 표준(ISO)을 마련하고 하수처리수도 수열에너지 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물 활용 제도를 개선했다. 재생에너지법 시행령상 수열에너지 대상에 하수와 지하유출수도 포함하기로 했다. 그동안 하수를 처리한 뒤 처리수는 그냥 하천으로 방류했는데 이를 수열 히트펌프에 활용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