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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쏠림에 대출규제 겹쳐…상위 0.1% 순자산 4년만에 174조 급증

19.10.2026 1분 읽기

이른바 ‘K자 양극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조차 상위 1% 가구가 전체 가계 자산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하위 50%의 자산 비중은 7%에 불과하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의 자산 중위값이 10만 4400유로(약 1억 5700만 원)에 불과한 반면 50~59세의 자산 중위값은 46만 4800유로(약 6억 9900만원)에 달했다. 미국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양극화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 미국 상위 0.1%의 총자산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약 14조 5000억 달러 증가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양극화 속도가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지나치게 빠르고 자산 역시 금융자산이 아닌 부동산 자산에 대부분 쏠려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나라 상위 0.1% 계층의 가구당 순자산은 2019년 약 79억 원에서 지난해 157억 5000만 원으로 6년 새 98%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0.1~1%와 상위 1~10% 가구의 자산 증가률은 모두 39% 수준에 그쳤다. 전국 가구 평균 순자산은 3억 5300만 원에서 4억 7100만 원으로 약 34%만 늘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상위층의 자산 증가율이 전체 가구 평균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부유층의 자산 증식을 이끈 것은 부동산이었다. 상위 0.1% 가구의 가구당 평균 부동산 자산은 2019년 약 56억 원에서 지난해 150억 7000만 원으로 3배가량 뛰었다. 6년간 증가액은 약 94억 60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순자산 증가액인 약 78억 1000만 원보다 컸다. 반면 주식·채권·펀드 보유액은 2019년 14억 원에서 지난해 약 15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최상위층의 자산 증가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전체 가구 자산에서 상위 0.1%가 차지하는 비중도 부동산을 중심으로 커졌다.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중 상위 0.1%가 보유한 비중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3.8%로 상승했다. 반면 주식·채권·펀드 비중은 같은 기간 12.7%에서 7.5%로 쪼그라들었다. 순자산 비중은 2.3%에서 3.4%로 올랐다.

한국 초부유층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린 데는 시장구조와 정책 환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가 부동산 취득을 어렵게 만들면서도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부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인구와 자원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자산이 마땅찮은 데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 역시 부동산 쏠림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의 약 75%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자산 불평등 심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순한 주택 보유 여부보다는 수도권 주택 보유 여부가 자산 격차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의 통화·물가 대응도 자산 격차 확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유동성 공급과 자산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이미 부동산이나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가 집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부동산보다는 우상향하는 주식 쪽에 투자를 많이 했고, 한국은 횡보하는 주식보다는 우상향하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자금을 충분히 보유한 자산가와 그렇지 못한 계층 간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익성이 높은 지역과 산업으로 자원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부동산 규제까지 겹치면 중간층의 자산 형성 기회가 줄고 부유층의 자산 우위가 굳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공급을 확대해 중간층의 주택 취득 기회를 넓히는 한편 금융시장에서도 투자 선택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소비가 약한 원인에 부동산 자산 쏠림이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나온다. 금융자산의 평가액이 오르면 전체 씀씀이가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는 반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더라도 세금 등 기타 비용 또한 함께 올라 소비 시장에 미치는 자극 효과가 더 낮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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