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 승복을 입은 한 남성의 힙합댄스 공연이 시작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덕산스님이 이끄는 댄스팀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데뷔 무대였다. 덕산스님의 공연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어설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불교의 이미지를 탈피한 스님의 파격적 행보에 젊은 층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덕산스님은 16일 경기 동두천 소요산 자재암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춤은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한 창구”라며 “대중이 내 춤을 보고 자연스럽게 불교에 입문하게 하는 것이 수행자로서 역할”이라고 말했다. 덕산스님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일선 경찰서에서 경제범죄를 수사해오던 엘리트경찰관 출신이다. 2002년 정원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장성 백양사, 상주 갑장사, 양평 용문사 등을 거쳐 2023년 자재암 주지로 부임했다. 수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우연히 자재암을 찾았다가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는 그는 “그때는 불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절에 가도 삼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재암에서 청하스님의 책을 읽는데 무언가 가슴에 맺히더라. 그동안 내 안에 쌓여 있던 참회와 감사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출가를 인연으로 표현했다. “씨앗도 열매를 맺으려면 온도와 토질, 주변 환경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듯이 사람도 인연이 닿아야 한다”며 “민간인 신분으로 처음 자재암을 찾은 지 20년 만에 주지가 돼 돌아온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덕산스님은 5월 연등회를 통해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셔플댄스로 시작해 현재 1년 넘게 전문가에게 팝핀을 배우고 있다는 그는 매주 한 차례 스튜디오를 빌려 춤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사찰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춤은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한 준비, 즉 내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춤과 수행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춤은 모든 운동을 통틀어 가장 최적화된 수행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격렬하게 춤을 추고 나면 오장육부의 모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라며 “몸과 마음이 20대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표현했다. 또 “학창 시절 늘 자신감이 없었다”며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내 주변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고 춤을 사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승려의 이미지를 탈피하자 MZ세대가 불교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SNS를 통해 댄스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한 30대 남성은 덕산스님의 영향으로 출가를 결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덕산스님은 “종교인은 진지한 줄만 알았는데 춤으로 그걸 깨버리니까 그 자체가 파격이었던 것 같다”며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 놀랐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춤을 통해 종교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마음을 여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춤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내 춤을 보고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거나 절에 가보고 싶다는 청년들이 더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년층이 ‘힙불교’라 칭하며 불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마음의 평화를 구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스님은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온전히 자기만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이 시대 불교의 역할”이라며 “절에 자주 들르지 않더라도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인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남과 부딪치고, 소통이 안 되면 본인만 괴롭다”며 “내가 행복해지면 비로소 남이 보이기 시작하고 타인과 소통하게 된다”고 깨달음을 설파했다.
덕산스님은 앞으로 댄스와 더불어 랩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랩의 펀치 라인에는 삶의 진리와 희망, 도전의 메시지를 담을 작정이다. 자신을 음치이자 박치라고 칭한 그는 “대나무는 성장하기까지 4~5년 뿌리만 내린다. 하지만 뿌리를 단단히 내리면 한 달 만에 10m까지도 자란다”며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