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는 세상을 떠난 이용자의 프로필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고인의 계정을 추모 공간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죽음 이후 온라인에 남겨질 자신의 흔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신간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포스트모털 조건(post-mortal condition)’이라고 규정한다. 과거 묘지에 머물렀던 죽은 자들이 이제는 SNS 계정과 스마트폰 속 사진, 온라인 활동 기록을 통해 산 자의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인류는 농경사회에 정착하면서 조상의 유해를 보존하고 죽은 자와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했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페이스북에서는 2060년대 중반 사망자 계정이 생존자 계정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전의 게시물과 대화가 남는 것은 물론, 고인의 기록을 학습한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사후에도 대화를 이어가는 시대다. 죽음이 곧 디지털 흔적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가 주목한 지점은 기억의 지속이 새로운 산업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책은 소셜미디어 기업이 고인의 흔적을 보존함으로써 이용자와의 유대감을 유지한다고 분석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고인이든 아니든)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강력한 사업적 가치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애도와 추모마저 기업의 수익 모델에 편입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남는다. 무엇은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인가다. 개인이 생전에 삭제하고 싶어 했던 기록이 후대에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기록을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사적인 대화와 사진을 계속 남겨두는 것은 고인의 뜻에 반할 수 있다. 죽은 자의 프라이버시가 미래 세대의 역사적 관심과 충돌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모든 데이터를 영구 보존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환경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디지털 유산은 누구의 것이며, 보존과 삭제를 결정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현재의 기술과 제도는 살아 있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지만, 데이터는 세대를 넘어 남는다. 결국 디지털 유해를 다루는 일은 미래 세대가 어떤 과거를 기억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다.
책은 디지털 유산을 누가 관리하고 삭제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단순한 데이터 정리를 넘어 미래 세대의 기억을 통제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또 기업에 맡겨진 망자의 기록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리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을 파기해달라고 유언했지만, 유산관리인 막스 브로트는 이를 어기고 작품을 공개했다. 그 선택은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고인의 뜻과 후대의 가치가 충돌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책은 이 오래된 딜레마가 디지털 시대에 더욱 복잡해졌음을 짚는다. 그리고 죽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시대,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타인의 기억을 어떤 권리와 책임으로 다룰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1만 9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