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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따라 변하는 도덕의 심리학

17.10.2026 1분 읽기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노예’로 부리던 시대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예제가 없던 시대보다 노예제가 있던 시대가 더 길다. 가장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노예제는 1865년에야 폐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비’나 ‘천민’이 있었고 19세기 말이 돼서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노예제를 고집한 19세기 이전 사람들은 전부 나쁜 사람들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은 상당수가 노예 혹은 노비를 부렸는데 그들의 도덕성을 재평가해야 할까.

오둔 달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간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원제 Between Fixed and Fickle)’에서 노예제 유지 등의 도덕적 판단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왜 달라지는가를 파헤친다. 그는 도덕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도덕이 완전히 고정된 것도, 제멋대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상황과 시대 등에 따라 도덕적 진실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각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누구를 고려하며, 서로 충돌하는 가치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는지에 따라 도덕적 판단은 달라진다. 또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기존 가치와 새로운 가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바꿀 이유를 발견하고 도덕적 우선순위를 끊임없이 조정한다.

물론 저자는 어떤 판단에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 따른 행동이 정당해진다고 말하진 않는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시작 무렵 노르웨이 나치당에 가입한 자신의 할아버지를 언급한다. 기록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나치당이 독일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가입했지만, 그 정당에 별다른 힘이 없고 오히려 독일의 목표에 영합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탈당했다. 그러나 당원 시절 나치 제복과 휘장을 착용하는 등 의심이 가는 대목도 있었다. 저자는 할아버지에게도 나름의 판단 이유가 있었겠지만, 명백한 잘못을 눈감아 줄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책은 트롤리 딜레마에서부터 정치적 좌우대립, 인권, 지구온난화 등 도덕적 판단의 변화를 개인과 상황, 역사라는 3가지 층위에서 따라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 서로 다른 삶의 과정에서 형성된 도덕적 판단을 살펴보며 타인의 도덕을 쉽게 심판하기보다 그 판단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를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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