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급락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책임진 국민연금이 수익 극대화와 증시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57% 폭락한 5554.22, 코스닥은 7.65% 떨어진 760.82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 원, 2조 원어치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양대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와 1단계 서킷브레이커(8% 이상 하락 때 가동)가 함께 발동될 정도로 증시는 패닉 상태다. 코스피는 하반기에만 34.5% 곤두박질쳤다.
증시 급락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국민연금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연금은 올 1월 리밸런싱(자산 재분배)을 전격 유예했고 5월에는 국내 주식 보유 비중 한도를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당시 주가가 급등했을 때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보유 비중을 조금씩 줄여야 했는데 정반대로 갔다. 특히 최근의 급락 장세에서는 국민연금이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미 주식 보유 한도가 차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스스로 깨트린 ‘리밸런싱 원칙’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운용 원칙을 파기한 대가도 컸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6월 말 283조 원이었던 국내 주식 누적 운용이익은 7월 말 158조 원으로 한 달 만에 124조 원의 평가이익이 증발했다. 주가 급등과 연금 수익률 상승에 고무돼 기금 소진 시점이 최대 33년 늦춰질 수 있다며 연금 구조 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당정의 입장이 우습게 됐다. 국민연금이 과연 국민 노후 자금의 최후 보루로서의 임무에 충실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운용 원칙과 거버넌스 구조를 제대로 손봐야 한다. 정치 외풍(外風)이나 외부 입김에 운용 원칙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관료들이 기금운용위에 대거 포진하는 현행 구조로는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기대난망이다. 기금운용위를 독립기구로 만들거나 기금운용위 인력을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