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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뛰는데 휘발유 소비 증가…‘위기 불감증’ 키운 최고가격제

16.10.2026

지난달 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뛴 와중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휘발유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9월에 주유소 등을 통해 판매된 휘발유 소비량은 126만여 ㎘로 전년 동월 대비 2.97% 늘었다. 중동 전쟁이 터진 뒤로 휘발유 소비가 증가한 것은 개전 직후인 3월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이 지난달 배럴당 113.7달러로 한 달 새 25달러나 올랐는데도 소비가 늘어난 것은 추석을 맞아 물류 이동이 증가한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기름값을 장기간 묶어둔 데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주유 할인까지 단행하며 사실상 에너지 소비를 부추겼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민생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휘발유·경유·등유 가격을 일정 수준 아래로 억누르는 대신 손실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가격통제 정책은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휘발유 최고가격을 4개월째 ℓ당 1784원에 묶어놓았다. 재정이 물가 충격을 흡수하면서 가계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휘발유 소비 증가는 에너지 절약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소비자들이 ‘위기 불감증’에 빠져 기름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도 장기화에 따른 재정 부담도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정부는 16일 11차 석유 최고가격을 지정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회복’을 거듭 강조하는 만큼 이번에도 기존 최고가격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당장의 물가 완화 효과에 매몰돼 수급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정책을 이어간다면 경제가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와 같은 가격통제가 장기화하면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와 시장 왜곡, 재정 악화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일률적 가격통제에서 에너지 취약층에 대한 핀셋 지원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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