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15일 가동이 중단된 부산 기장군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 심사를 또 미뤘다. 두 원전은 각각 2024년 9월과 2025년 8월 설계수명 만료로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했지만 원안위 심사가 지연된 탓이다. 이날도 질의와 자료 제출 요구만 이어졌다. 고리 3·4호기와 전남 영광군 한빛 1·2호기가 전력 판매 기회를 놓쳐 발생한 손실은 2조 원에 달하며 하루 51억 원씩 늘고 있다. 다만 이날 원전 4기의 사고관리계획서는 승인됐다.
원전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적 기준을 벗어나 수명 연장을 주저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엄격한 안전성 검증과 신속한 심사는 양립할 수 있다. 심사 지연의 부담을 기업과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올 4월 재가동한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 만료 후 재가동까지 3년이 걸렸다. 계속운전 기간은 10년이지만 실제로는 7년밖에 돌리지 못한다. 멀쩡한 원전을 3년간 놀린 셈이다.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도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미래 산업 육성에 전력 공백은 치명적이다.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되 인허가 심사는 가동 중단 전에 마치고 계속운전 허가 기간도 선진국처럼 20년으로 늘려야 한다. 전문가 참여를 가로막는 원안위 구성 요건도 손질해 원자력 규제 행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도 서둘러야 한다. 신규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14일 대주제를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전기로 살 것인가’로 확정했다고 한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가한 노릇이다. 지금은 산업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확보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원전을 핵심 전원으로 하는 현실적인 전원 믹스가 필수적이다. 대형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15년 이상 걸린다. 지금 시작해도 2040년 준공이 빠듯하다. 공론화를 거듭하며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입지 선정과 주민 설득 등 실행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결단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