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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후 휘발유 소비량 첫 반등…깊어지는 최고가격제 딜레마

16.10.2026

올해 9월 휘발유 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3%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량이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것은 3월 이후 처음이다. 등유 소비량 역시 3월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3월 이후 이어져 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면서 효과가 반감한 탓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제도를 중단하기도 쉽지 않아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한국석유관리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126만 926㎘(킬로리터·1㎘은 1000ℓ)로 지난해 9월(122만 4614㎘) 대비 2.97% 늘었다.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차량은 지난해 8월 1240만 1663대에서 올해 8월 1231만 4449대로 0.7%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 연료 소비는 외려 늘어난 것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전년 동월 대비 3.95% 늘어난 이후 4~8월 내내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해왔다. 3월 13일 시작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서도 일정 수준 소비도 제한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가격 통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9월에는 소비량이 반등했다. 등유 소비 역시 3월(9.3%)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9월에는 10.45% 증가했다. 하지만 가격 통제 기간이 길어지고 소비자들이 통제가격에 익숙해지면서 9월에는 소비량이 반등했다. 등유 소비 역시 3월(9.3%)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9월에는 10.45% 증가했다. 산업통상부가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해 마련해 둔 예산은 올해 예비비와 내년도 예산을 합쳐 약 5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같은 변화에는 연휴 효과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0월이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에는 9월 말에 위치해 연휴 간 물류·여객 수요가 늘었을 수 있다. 하지만 명절 기간 정부가 고속도로 226곳 휴게소의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낮추고 통행료까지 면제하며 최고가격제의 정책 효과를 스스로 반감시킨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석유 소비가 감소했던 기간에도 4월을 제외하면 감소 폭이 1.12~2.4%에 그쳐 실질적인 억제 효과는 미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처럼 최고가격제의 가격 통제 기능이 약해지자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의원은 “가격 통제 정책은 가격 왜곡, 재정 비효율 등 부작용을 불러와 한시적 응급수단으로만 써야 한다”며 “출구 전략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를 줄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낮은 가격을 유지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며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이어 “휘발유 최고가격제는 종료하되 경유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형 화물차·택배기사 등 생계형 운전자가 많으니 단계적으로 일몰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제도 종료 시점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제도의 존속 기간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6개월을 넘기고 있다. 그렇다고 일몰을 준비하자니 미국·이란 전쟁이 종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도 미국·이란의 휴전 분위기가 무르익던 6월에는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들어 양측의 충돌이 다시 고조되자 100달러를 넘기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후티 반군 사이의 분쟁도 확산하고 있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갑자기 제도를 중단했다가 다시 중동 상황이 악화하면 재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당장 16일 발표될 11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서는 기존 최고가격이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차 최고가격이 발표된 지난달 18일과 비교했을 때 국제유가의 변화가 크지 않아 가격 인상·인하 요인은 적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은 6월 26일 발표한 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에서 4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정유 업계에 누적된 손실을 보상하는 작업은 연말까지 길어지고 있다. 정산 원칙을 두고 정부와 업계의 이견이 깊었던 데다 정유사들이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회계 서류를 제출하는 데도 시일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실시하며 업계에 손실 보상을 목적으로 4조 2000억 원의 예비비를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했다. 이후 내년도 예산안에도 올해 4분기 몫 손실 배상을 위해 1조 4497억 원을 배정해 뒀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함께 시작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석유제품 수출제한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유 공급난이 깊어지면서 한국산 구입을 원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정유사들은 전년 수출량보다 많이 팔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과 러시아의 정제 설비가 타격을 입으면서 경유를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몇 남지 않았다”며 “국내는 경유를 최대치로 공급해도 물량이 남는데 해외로 팔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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