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수련활동 등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초등학교가 최근 2년 새 700곳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체험학습 도중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수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현장체험학습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초교는 2023년 3703곳에서 2025년 2979곳으로 724곳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초등학교의 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실시율도 59.7%에서 47.8%로 11.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을 시·도별로 보면, 경기(9.5%), 서울(7.8%), 대전(4.0%)이 가장 낮았다. 반면 대구·경남·제주·광주 등 4곳은 90% 이상으로 집계돼 지역별 편차가 컸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초·중·고교 전체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2023년 72.5%, 2024년 70.6%, 2025년 62.6%로 매년 감소했다. 특히 ‘수학여행’이 필수로 여겨졌던 고등학교의 경우도 2023년 97.2%에서 지난해 85.9%로 줄었다.
숙박 없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는 현장체험학습도 매년 줄고 있다. 2023∼2025년 3년치 자료를 모두 낸 14개 시·도(인천·강원·전남 제외)를 기준으로 초등학교의 1일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2023년 88.1%에서 지난해 68.5%로 2년 새 19.6%포인트 하락했다.
법적 책임 두려워 체험학습 꺼린다
특히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1일형 체험학습 실시율이 2023년 98.8%에서 2025년 51.1%로 급락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 첫손에 꼽힌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2025년 법원이 당시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초등교사노조가 지난 4월 28일~30일 실시해 5월 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전국 초등교사 2만 1918명 가운데 96.2%가 현장체험학습 추진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부정적’이 90.5%, ‘대체로 부정적’이 5.7%였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교사는 2.1%에 불과했다. 기피 이유로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이 49.8%로 가장 높았고, ‘학부모 민원 대응 스트레스’ 37.0%, ‘체험처 선정·계약·정산 등 과도한 행정 업무’ 12.4% 순으로 꼽혔다.
국회는 2024년 11월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교직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학교안전법을 개정했고, 교육부는 올해 5월 말에 추가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면제하도록 학교안전법을 재개정하고, 보조 인력 배치 기준을 학급당 1명으로 늘리며, 교육지원청 전담 인력을 2027년까지 200명 추가 배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 의원은 “현장 체험학습 감소는 2023년부터 확인되는데 교육부 지원 방안은 올해 5월에야 나왔고, 법을 개정하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라며 “교육부는 2026년 체험학습 실시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국회도 학교안전법 개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체험학습 관련 교사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담은 발언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초등교사노조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쇼츠 영상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에는 교육부 주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 참석한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의 발언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강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 가기 전날이면 특정 학생과 짝을 지어달라거나 왜 그렇게 멀리 현장학습을 가서 아이를 멀미하게 만드냐 같은 민원이 들어 온다”며 “행사 당일 아이들 사진을 200장을 찍어서 보내도 ‘우리 애 표정이 왜 그러냐’ ‘왜 우리 애는 5장뿐이냐’같은 항의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현장학습을 강제하지 말라”며 “교육과정을 짜는 것은 교육전문가인 교사에게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