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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원전 핵심기술 확보… AI 수직계열화 노린다

15.10.2026 1분 읽기

SK가 웨스팅하우스 지분 취득에 참여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일종의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전략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SK는 AI 데이터센터 건설부터 메모리반도체·전력·에너지까지 전체 밸류체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이어 원전산업에까지 진출하면 AI 산업 전반의 급소를 쥐는 기업이 될 수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SI) 컨소시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대형 원전 건설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삼성물산·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GS건설 등 주요 설계·조달·건설(EPC) 기업 7~8곳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 SK가 가세한 것이다. 단순히 자금을 넣는 수준을 넘어 나머지 기업들의 투자금에 매칭해 자금을 불리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한미는 대미 투자 협상을 통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12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파워(Project Power)에 합의했다. 이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을, 2기는 한국의 APR1400 노형을 채택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웨스팅하우스와 별도의 합의를 통해 미국에는 진출하지 않기로 했는데 한미는 이번에 대미 투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에 한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웨스팅하우스가 기업공개(IPO)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이 5~1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원전 업계의 기대가 고조됐다. 이사회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10% 이상의 지분까지는 아니지만 웨스팅하우스 경영 참여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역량이 떨어지는 웨스팅하우스로서는 한국을 전략적 투자자로 받아야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당장은 주주총회 의결권 정도의 권한밖에 없겠지만 향후 지분율을 높이면 웨스팅하우스 경영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분 확보와 함께 미국 대형 원전 건설 사업에서 핵심 기자재를 납품할 개연성이 커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에 얽매여 있는 한국 원전 산업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에는 원전 업계를 중심으로 복수의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부채가 많은 한전 등 공기업보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웨스팅하우스가 IPO할 때 약정된 지분율만큼의 주식을 공모가보다 1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 발표 이후 기업들에 지분인수 협의 결과를 안내했다”며 “앞으로 한국투자단은 한전과 의향 기업 중심으로 지분 매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의 대주주인 브룩필드와 카메코는 기업 가치 500억 달러를 목표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예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가치가 300억 달러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측의 지분을 10%로 잡으면 약 30억~50억 달러(약 4조~6조 7000억 원)의 지분을 27억~45억 달러(약 3조 3000억~6조 원)에 매입하게 되는 셈이다.

SK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전에도 에너지 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SK는 2022년 빌 게이츠가 이사회 의장인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가 됐다. 올해 8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테라파워와 SMR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테라파워는 소금을 쓰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중심의 비경수로형 SMR에서 앞서나가고 있는데 이 시장에 미리 발을 들여뒀던 셈이다.

테라파워가 소금 기반 비경수로형 SMR의 강자라면 경수로형에서는 한국에서 만들고 있는 혁신형SMR(i-SMR)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한국 원전 업계가 가압경수로형 대형 원전 건설에 특화돼있어 이를 소형화한 경수로형 SMR 제작에도 앞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금 기반 SMR과 경수로형 SMR 중 어떤 모델이 향후 시장을 장악할지 미지수인데 SK는 두 곳 모두에 전략 투자를 함으로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다.

특히 경수로형 SMR 사업을 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이 필수다.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합의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경수로형 SMR에도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SMR을 수출할 때 매번 미국의 승인과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다른 모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웨스팅하우스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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