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난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관련 판정이 법률·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기업은 10곳 중 3곳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교섭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며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4일 발표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 및 원하청 교섭 관련 기업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위의 원청 사용자성 관련 판정이 ‘법률 및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7.4%에 그쳤다. 조사 대상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사건과 관련해 노동위 판정을 거친 62개 기업이다.
반면 판정이 ‘법률 및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40.3%로 ‘맞게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보다 12.9%P(포인트) 높았다. 이 같은 인식의 가장 큰 이유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공법상 의무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52%·복수응답)이 꼽혔다. 산안법 등에 따른 법적 의무이행이 사용자성의 근거로 제시돼 외려 사용자 부담을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근로조건이 아닌 사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48.0%), ‘생산수단 등 소유 및 시설관리권 행사를 이유로 사용자성 인정’(32.0%)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실제 노동위 판정 과정에서 근로조건으로 보기 어려운 사항들에 대해서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하청노조와의 교섭·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와 관련해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포함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66.1%)를 가장 우려했다. ‘임금·노조활동 등 하청기업과 교섭할 사항에 대한 원청 상대 교섭 요구’(43.5%), ‘다중교섭과 교섭 장기화 등에 따른 교섭비용 증가’(33.9%), ‘하청노조 간 연대파업 등 공동투쟁’(24.2%), ‘정당한 하청기업 계약 변경 관련 문제 제기 및 투쟁’(11.3%) 등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하청노조가 노동위에 조정신청을 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사항 역시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추가해 조정을 진행’(59.7%)이었다. 다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한 분쟁이 진행 중임에도 조정절차 개시’(48.4%), ‘충분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정중지 등 조정종료’(41.9%), ‘원청에 처분권한이 없는 사항에 대한 조정안 제시’(32.3%) 등에서도 부담을 느꼈다.
기업들은 향후 노동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입법 과제로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 명확화’(67.7%)가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노동쟁의 대상에서 기업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사항 제외’(54.8%) 요구도 많았다. 사업·조직 재편 등 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이 제약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과 함께 원청 사용자성 여부를 법률 규정과 행정지침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