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열과 전력을 공급할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의 준공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가스터빈 공급난에 따라 핵심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1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E&S와 한국중부발전이 공동 추진하는 1050㎿(메가와트)급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열병합발전소 1호기의 준공 목표가 기존 2028년 12월에서 18개월 뒤인 2030년 6월로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원인은 가스터빈 공급 지연이다. 가스터빈은 LNG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고 배기가스의 열로 증기까지 만드는 열병합발전소의 핵심 설비다. 용인에서는 여기서 생산한 증기를 SK하이닉스 팹에 공급한다. 중부발전은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바뀌면서 제작사의 공급 가능 일정에 맞춰 사업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와 SK하이닉스가 용인 팹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용인 1기 팹의 첫 클린룸 오픈을 2027년 5월에서 같은 해 2월로 앞당겼다.
물론 발전소 지연이 팹 가동 차질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력은 한전 계통에서 공급받고 발전소 준공 전까지는 별도 증기보일러를 통해 필요한 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중부발전의 설명이다.
다만 보일러 의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열 생산비 절감과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정부는 2024년 사업 허가 당시 열병합발전을 활용하면 개별 보일러보다 열 생산원가를 약 15%, 에너지 소비량을 26% 줄이고 SK하이닉스 생산원가도 연간 최대 1500억 원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가스터빈 품귀는 AI발 전력 수요 급증과 맞물려 심화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발전용 가스터빈 주문량은 2024년 78GW(기가와트)에서 지난해 133GW로 70% 넘게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수요가 늘면서 가스발전소 발주가 몰린 영향이다.
공급은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형 가스터빈 시장을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미쓰비시파워 등 소수 업체가 주도하고 있어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거나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공급난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스터빈 제작 슬롯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정부도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국내 사업자가 필요한 제작 슬롯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의 사례는 앞으로 조성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비슷한 과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9년 첫 팹 완공을 목표로 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LNG발전 등을 활용해 발전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LNG 열병합발전 추진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하나의 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용인에서 드러난 장비 조달 리스크를 반복하지 않도록 가스터빈 등 장주기 설비 확보를 사업 초기부터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