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시절부터 상속세 공제 확대를 주장해온 임광현 국세청장이 14일 이재명 정부의 2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 향후 세제 개편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정책실이지만 비서실장 역시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정무적 조언을 할 수 있는 자리여서다. 세제 전문가로서 평소 집 한 채를 물려받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은 덜되 초고가 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여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만큼 민생과 밀접한 세제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상속세다. 임 신임 실장은 2024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공제 최저액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최저액을 합쳐 18억 원까지 확대하자는 취지다. 집값과 물가 상승으로 과거 ‘부자세’로 여겨졌던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확대된 현실을 반영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소신은 국세청장 취임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달 13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임 실장은 ‘배우자 상속 공제와 일괄공제가 30년 가까이 제자리인데 현실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말씀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평소 주변에도 상속 공제 확대는 부자 감세가 아닌 중산층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견해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기본공제 확대보다 최고세율 인하나 가업상속공제에 관심이 크지만 집값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이 커진 중산층에는 공제 확대가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부동산세제 개편과 상속 공제 확대를 함께 추진했다면 부동산 과세 강화에 따른 반발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10억 원 한도를 설정한 것을 시장에 가장 큰 파급력을 미칠 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가 올해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제 한도를 2028년 20억 원, 2029년부터 10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거주 요건 강화는 실제 거주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공제액에 상한을 두는 것은 서울 강남 등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매도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세제와 금융 규제만으로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해법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견해도 갖고 있다. 가업승계 세제와 관련해서는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고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양도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을 활용한 가업상속공제의 부동산 편법 승계 가능성에는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이날 비서실장에 지명된 후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며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게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국민의 하루하루가 절박한 만큼 청와대의 하루도 절박해야 한다. 국민의 고단한 하루를 바꾸는 데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국세청장 재임 중 추진했던 주요 정책 역시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중 종합부동산세 특례를 신청하는 편이 유리한 5700여 명과 취소하는 편이 유리한 2900여 명을 선별해 예상 세액을 먼저 안내하도록 했다. 배달 라이더 등 인적 용역 소득자의 원천징수세율을 3.3%에서 2.2%로 낮추는 방안도 적극 추진했다. 의원 시절에는 물가 상승에 맞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물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