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투자 호황이 성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는 데다 원화 추가 절상과 금융안정도 긴축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신 총재는 13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에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대담하며 “물가가 적기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AI 사이클이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고 있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두 요인이 결합해 비용 인상과 수요 견인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상당 기간 목표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총재는 물가·환율·금융안정이라는 세 가지 정책 여건이 모두 긴축을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는 긴축 기조 전환 이후 상당 폭 절상됐지만 추가 절상 여지가 있으며 일정 부분 더 절상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상승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고 수출과 내수 간 균형을 맞춰 K자형 경제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AI 투자 확대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신 총재는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2030년까지 매년 1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발행하는 초장기 회사채가 자금 풀에서 돈을 끌어가 장기금리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금 조달 수요를 늘려 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금융안정과 관련해서는 불균형이 커지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균형이 커진 뒤 대응하는 것은 바늘로 풍선을 터뜨리는 것처럼 위험하다”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공조를 주문했다. 물가 안정이 취약계층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소득의 32%를 식료품과 에너지에 지출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통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신 총재는 한국은행의 금리 전망을 공개하는 K-점도표에 대해 최소 1년간 운영한 뒤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