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분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지금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3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과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한국을 상대로 이와 같은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우선 올해와 내년 성장 측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해 한국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전체 회원국의 경제전망을, 1월과 7월에는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수정 전망을 발표한다. 한국의 성장률 상향폭(0.7%포인트)은 세계 평균 상향폭(0.1%포인트)과 선진국 평균 상향폭(0.4%포인트)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만약 IMF 전망대로 우리나라가 3.3% 성장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3.1% 전망)을 상회하게 되는데, 이는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16년 만의 뜻깊은 성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2.8%로 0.3%포인트 올렸다.
긍정적 전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IMF는 이날 공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경제의 3대 위험 요인으로 △AI 투자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산 가격 급락 △인플레이션과 재정 불안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 △금융 디지털화에 따른 사이버 공격 확대를 지목했다.
인공지능 설비투자발(發) 메모리 수요 확대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우리 경제와 모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적이다. 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 41개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2%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은 주정부·지방정부를 포함해 8.5%, 중국도 8%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이자 부담과 금융 불안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안한 재정 여건은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초 4.2% 안팎에서 10월 9일 5.24%까지 치솟았다. IMF는 올해 세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7%로 유지했지만 중동전쟁에 따른 물가 압력과 재정 부담, AI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가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IMF 측은 “재정 불균형이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금리 상승 충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AI 자산 가격 하락과 국채금리 상승, 에너지 충격이 겹치면 글로벌 은행의 핵심 자본비율은 1.5%포인트 떨어져 11.5%까지 낮아질 수 있다. 자본비율이 7% 아래인 취약 은행이 전체 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18%에서 22%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 디지털화에 따른 사이버 공격 역시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증폭시킬 위험으로 꼽혔다.
IMF는 이에 따라 한국도 미래 위기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은 약 5조 원의 추가 세수를 국채 상환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좋을 때 저축해 나쁠 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