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가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AMD와 동맹을 강화하면서 AI 서버의 메모리 용량을 확장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메모리 제조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기업이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메모리·스토리지 사업의 외연을 동시에 넓히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OCP 글로벌 서밋 2026’에서 AMD와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을 공동 시연했다고 밝혔다. OCP는 글로벌 정보기술(IT)·반도체·서버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설계와 표준을 논의하는 행사다.
심호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무는 주제 발표에 나서 AI 메모리 전략을 구성하는 △속도(Speed) △메모리 확장(Memory Expansion) △데이터 영속성(Persistence) 계획을 발표했다.
8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5)를 필두로 커스텀 HBM·zHBM·프로세싱인메모리(PIM)로 연산 효율을 높이고, CXL로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보완하며 차세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 기술로 대규모 데이터의 저장·관리 효율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초고성능·고효율 메모리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AI인프라 전체의 성능을 높이는 ‘토털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이재용 회장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회동 후 처음으로 양사가 공동 개발한 AI 메모리 신기술을 선보였다.
AI는 최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서 추론 과정에서 다룰 데이터가 급증하고 있다. 기존 대화와 정보를 임시 저장해 재사용하는 ‘KV 캐시’가 커졌고, AI 메모리는 속도뿐 아니라 용량이 중요해졌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빨라도 메모리가 부족하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사는 CPU와 메모리를 고속 연결해 용량 한계를 뛰어넘는 CXL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CMM-D(CXL 메모리 모듈 D램) 관리 기술인 ‘메모리 풀링’을 통해 여러 시스템이 작업량에 따라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서버마다 메모리를 과도하게 장착하지 않고도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의 투자·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시 공간도 AI 연산과 추론 단계에 맞춰 구성했다. ‘토큰화 솔루션’ 존에는 HBM4E·HBM5와 맞춤형 HBM 콘셉트 제품,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X(LPDDR5X)-PIM 등을 전시했다. 2나노(1㎚는 10억 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웨이퍼와 그록의 언어처리장치(LPU) 웨이퍼, 엔비디아의 ‘그록 3 LPX’ 시스템을 함께 선보이며 글로벌 AI 기업과 협업 사례를 강조했다. LPDDR5X-PIM을 활용한 엣지 AI 가속기 시연에서는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도 공개한다.
‘KV 캐시 솔루션’ 존에서는 CXL 메모리·기업용 SSD·벡터 데이터베이스(VectorDB)·다이렉트 스토리지 등 AI 추론 데이터의 저장과 이동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AI가 데이터를 빠르게 계산하는 것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시스템을 설계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특히 반도체 제조를 넘어 설계·소프트웨어·성능 검증까지 함께 수행하는 ‘공동 설계(Co-design)’ 역량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000660) 도 이번 행사에서 김호식 메모리시스템리서치 담당 부사장이 발표를 통해 ‘메모리 중심 AI 랙 시스템’을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 나섰다. 메모리 중심 AI 랙 시스템 역시 CXL을 활용해 고성능 연산이 요구되는 작업에서 데이터 이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다.
